불황으로 인해 오히려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5년 5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0.7(201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12.7% 상승했다고 24일 밝혔다. 2010년 4월 이 지수가 102.94를 기록한 이후 5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상승률로는 2008년 11월(13.2%)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란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으로 구매력 수준을 보여준다.
한은 관계자는 “5월 수출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9.1% 줄어들었지만 수입가격은 -19.3%로 낙폭이 훨씬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불황형 구매력 개선인 셈이다.
한은의 4월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수출입 차이를 보여주는 상품수지는 4월 125억6000만 달러 흑자로 월간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역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줄었지만 수입은 이보다 큰 17.9% 감소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1분기 국민소득 증가세는 5년9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이 같은 불황형 지표 호조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기 때문에 경제 부처 등에서 정책입안 시 낙관론에 빠지지 말고 경기침체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익대 전성인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와 교역조건 지표가 좋아진 것은 일종의 신기루”라며 “정부가 이런 거시지표를 뚫어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며 금리인하 등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대응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경제지표 불황의 역설
입력 2015-06-25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