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매몰지(구제역·AI 감염 살처분) 인근 지하수 오염 심각… 감사원 감사서 드러나

입력 2015-06-25 02:18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살처분한 가축 매몰지 인근 지하수가 침출수로 인해 오염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침출수가 유출돼 매몰지를 이설(移設)하더라도 기존 토양에 대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바람에 오염 물질이 대거 검출됐다.

감사원이 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의 매몰지에 관측정을 설치하고 지하수 수질 시료 분석을 한 결과 침출수 오염 판독 지표인 암모니아성 질소가 ℓ당 최대 112.2㎎ 검출됐다. 또 소독제(포름알데히드) 및 항생물질은 물론 지하수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 일반 세균과 대장균도 검출됐다. 이곳에는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 3987두가 매몰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24일 “2011년 3월부터 지하수가 침출수로 오염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 지역을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지속관찰 매몰지’(2단계)로 구분했지만 추가 조사 없이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지속관찰 매몰지로 분류되면 현장 정밀조사 또는 추가 조사를 실시해 매몰지를 이설하거나 침출수 수거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러한 지속관찰 매몰지 59곳 중 25곳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했다. 나머지 34곳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판단으로 일부 조치가 이뤄졌다.

또 경북 안동의 매몰지 등 환경영향조사 결과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17곳을 유출 가능성이 없는 매몰지로 분류한 사실도 드러났다. 침출수 유출 조사를 위한 관측정 설치 기준을 지자체장에게 일임한 탓에 2011년까지 조성된 매몰지 4799곳 중 3151곳에는 이마저도 설치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국립환경과학원이 가축 매몰지 인근 4만6948곳의 지하수 수질을 조사하면서 부적절한 기법을 이용하고,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아 오염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아 매몰지를 이설한 경우에도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기도 했다. 매몰 시 사체를 지표 2m 아래 묻도록 하면서도 이설 시에는 근거 없이 30㎝ 하부 토양을 채취해 바이러스 검사를 하도록 한 탓에 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기존 매몰지 주변 토양의 사후관리에 대한 규정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0년 매몰했다가 2013년 이설한 경기도 양주 매몰지의 경우 병원성 미생물인 클로스트리듐 퍼프링젠스가 일반적인 수치(100cfu/g)의 420배인 4만2000cfu/g까지 검출됐다. 기존 매설지 토양을 방치하면서 암모니아성 질소가 주변의 60배까지 검출된 경우도 있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