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이대호 홈런, 이방인이라 도둑 맞았나

입력 2015-06-25 02:06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가 23일 일본 사이타마현 오미야고엔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3회초 타격하고 있다. 공은 3루쪽 파울 폴대를 때리고 페어 지역으로 들어가는 홈런이었지만 심판은 파울로 판정했다. SBS CNBC 중계화면 캡처

“이대호는 경기 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24일 닛칸스포츠는 전날 사이타마 오미야고엔 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 직후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의 모습을 이처럼 설명했다.

이대호는 3회 좌월 솔로 홈런을 날렸지만 3루심은 이 타구를 파울로 판정했다.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이 즉각 항의했지만 비디오 판독은 이뤄지지 않았고 번복도 없었다. 느린 화면을 보면 이대호의 타구는 왼쪽 파울 폴대 안쪽을 맞고 담장을 넘어간 명백한 홈런이었다. 이대호의 빼앗긴 홈런은 일본 프로스포츠 심판들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문제로 비화됐다. 이대호는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었던 2013년 7월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도 삼진 판정을 받고 항의하다 프로 통산 13년 만에 첫 퇴장을 당했다.

이승엽도 일본 활동 시절 억울하게 홈런을 잃은 적이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2006년 6월 11일 지바 롯데 마린스전에서 3회 투런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심판은 1루 주자였던 오제키 데쓰야가 3루를 밟지 않았다며 이승엽의 홈런을 안타로 처리했다. 요미우리는 1루 주자가 3루를 밟았다는 비디오 증거를 제출했으나 판정 번복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이 외국인 선수만 만나면 달라지기도 한다. 외국인 타자가 타석에 서면 스트라이크존이 늘어났고 외국인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축구에서도 최근 다문화 선수를 향한 심판의 차별적인 발언으로 시끄럽다. J2(2부 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사카이 노리유키가 판정에 항의하자 주심이 “일본어를 할 줄 아는가”라고 대꾸한 게 문제가 됐다. 아버지가 독일인인 사카이에게 주심이 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를 대상으로 심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될 분위기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이대호와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은 국내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일본은 심판이 아직도 ‘대장’”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심판의 위치는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지난 3월 J리그에서도 오심 문제가 잇따라 터졌지만 판정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는 “문화적 장벽이 높은 일본 사회에서 외국인 선수는 돈만 받고 뛰는 ‘용병’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외국인 선수 차별로 이어진 것”이라며 “결국은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