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부정선수 출전·공금횡령… 올림픽 유도영웅들의 ‘추락’

입력 2015-06-25 02:57
올림픽 유도 영웅들이 돈에 눈이 멀어 각종 대회에서 승부를 조작하고 부정선수를 출전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비를 가로채거나 후원금·선수장학금 등 공금을 빼돌려 주식투자와 유흥비로 쓰기도 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국체전 유도경기에 무자격 선수를 부정 출전시키고, 승부조작·공금 횡령 등을 한 혐의로 유도 관계자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병근(53·용인대 교수)씨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인철(39·용인대 교수)씨도 피의자 명단에 올랐다.

안씨는 제자 18명을 제주도 대표로 부정 출전시키고 제주도 체육회와 유도회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전국체전 여자 유도 대학부 78㎏ 이하 결승전에서 A선수에게 져주라고 지시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학 선수 132명에게 지급된 훈련비 1억6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대회 참가 및 훈련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로 식당 등에서 금액을 부풀려 결제한 뒤 차액을 돌려받아 1억9300여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조씨는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장이던 2012년 전국 시·도유도회 등의 단체에서 보내온 후원금과 선수 장학금, 전임 학과장 이월금 등 학교 공금 8000만원을 빼돌려 주식투자와 유흥비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산삼 10뿌리를 구매해 국가대표 선수 4명에게 먹였다고 거짓 진술하고, 국가대표 코치 등에게 허위진술을 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드러난 전국체전 부정출전 선수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7명이었다. 이 중 국가대표 선수가 2명 포함됐고, 46명이 금·은·동메달 58개를 따냈다.

대학부의 경우 선수 등록지, 중·고교 연고지, 출생등록 기준지, 출생지의 시·도 대표로만 출전해야 하는데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의 선수로 대회로 나가면 부정 출전이 된다. 광범위한 부정 출전은 지방자치단체와 선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허술한 선수관리도 이런 비리를 부추겼다. 매년 초 시·도유도회가 대한체육회 선수등록시스템에 등록한 선수만 전국체전에 참가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 무자격 선수를 검증하는 절차가 없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