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정녕 친노·비노로 갈라설 참인가

입력 2015-06-25 00:50
당직 인선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심상찮다. 문재인 대표의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계기로 친노와 비노의 계파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비노는 문 대표의 최 사무총장 인선 강행을 비노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당무를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벌써부터 신당론, 분당론이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문 대표 주재로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새정치연합이 처한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주승용, 정청래 최고위원이 사실상 유고인 상태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비노 당직자들이 최 사무총장 임명에 대한 항의 표시로 회의에 불참했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이러니 절대적 권위로 당을 이끌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와도 새정치연합은 안 된다는 자조와 비아냥이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노가 최 사무총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는 까닭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0대 총선 공천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친노가 혁신을 명분으로 비노를 대폭 물갈이할 거라는 우려에서다. 혁신위원회가 외부 인사 3분의 2 이상으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노계의 박지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번 인사는 특정 계파가 독점하고 편한 사람과만 가겠다는 신호탄”이라며 “향후 여러 동지들과 의견을 교환하겠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갈 순 없다”는 글을 남긴 이유다. 여차하면 분당이나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세월호 참사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여건 속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해 혁신을 한다고 했던 게 엊그제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참회와 반성의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계파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참으로 암담하다. 메르스 사태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우호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속에서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위축된 내수를 살릴까 고민할 시간은 없고 밥그릇싸움할 시간은 있는 모양이다. ‘대안세력’ ‘미래권력’으로 미덥지 못한 야당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

금기어인 신당론과 분당론이 나오는 친노와 비노의 내분은 도를 넘었다. 한 배를 탔으나 둘이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격이다. 혁신의 일성으로 내세운 ‘계파청산’ 구호가 무색하다. 여야 대립은 친노·비노 대립에 비하면 그야말로 약과다. 지금으로선 혁신은 고사하고 당이 쪼개지지나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서로를 적대시하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갈라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공멸은 각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