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가뭄 현장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인천 강화도에서 소방 호스로 논에 물을 뿌리고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격려했다. 그런데 논에 물을 주는 모습이 좀 어색하다. 인터넷에서는 또 여러 지적이 나오는 모양이다. 논에 물을 흐르게 만들어야 하는데 논바닥을 파이게 만들었다는 등의 얘기다. 인터넷이야 주로 박 대통령에 비우호적인 이들의 ‘놀이터’이니 그 반응에 그리 호들갑떨 일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이 언론에 등장하기만 하면 긍정보다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신문 사설, 오피니언 리더들의 칼럼 등을 보면 그렇다. 왜 그럴까.
물론 박 대통령이 논에 물대기를 꼭 잘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행위까지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얼굴 표정까지도, 국민들에게는 뭔가 느낌을 준다. 이게 메시지 전달의 힘이다. 이런 게 모아져 이미지가 형성되고, 지지율이 되며, 지도자의 힘이 된다. 그렇다면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메시지 관리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닌가. 삼성서울병원장을 굳이 불러 야단치는 것에 박수치는 사람과 ‘누가 누구를…’ 하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수석비서관 회의 지시나, 홍보수석이 읽는 대국민 메시지가 얼마나 와 닿을까. 늘 한 박자씩 늦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왜 그럴까.
대통령 스타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메시지를 총괄하는 청와대 홍보팀이 전략이 있는 건지, 국민과의 공감이란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조차도 좀 의심스럽다. 윗분의 뜻만 살피는 전임자와는 달리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는 좀 다를 것이라는 게 안팎의 기대였다. 돌아가는 상황을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홍보수석실의 메시지 전달 기능이 너무 떨어지고, 다른 여러 간섭은 늘어났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듯하다. 홍보팀이 리더십을 보완하는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은 여당 내에서 이젠 뉴스도 아니란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대통령 홍보와 공감 부재
입력 2015-06-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