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요가 제 정체성과 뿌리를 다시 찾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저와 비슷한 세대가 동요를 통해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박종화(42)가 동요 앨범 ‘NUNAYA: 누나야’를 발표했다. 지난달 디지털 앨범으로 먼저 선보인 그는 오는 8월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정식 앨범을 내놓은 뒤 9월 전국 투어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외국 생활을 30년 넘게 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한동안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데 올해 네 살인 딸 덕분에 동요를 다시 접하면서 내 음악적 근원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고향의 봄’ ‘산토끼’ ‘엄마야 누나야’ ‘꽃밭에서’ ‘과수원 길’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요 11곡이 실렸다. 영화 ‘말아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영화음악 감독으로 유명한 김준성과 클래식 작곡가 이영조, 나실인 등 3명이 편곡에 참여해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박종화는 “정통 클래식 콘서트에서도 앙코르 곡으로 클래식컬하게 편곡한 동요를 종종 들려줬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남달랐다. 처음엔 어떤 곡인지 모르다가도 어느 순간 멜로디가 들리면 전부 따라서 부른다”면서 “서양 클래식 음악을 아무리 사랑해도 우리 뼈 안에 깊숙이 각인된 동요의 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섯 살 때 일본 도쿄음대 영재학교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했다. 1992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한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인 러셀 셔먼 교수에게 배웠고, 2003년 독일 뮌헨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부조니 콩쿠르와 퀸엘리자베스 피아노 콩쿠르 등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 또는 입상하며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다.
200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며 한국에 정착한 그는 2012년 첫 국내 앨범 ‘HEROS’를 냈다. 정통 클래식 연주와 함께 2013년 재능기부 일환으로 음악극 ‘노베첸토’에 피아니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클래식을 연주하며 일반 대중에 다가서는 ‘바흐 인 더 서브웨이(BACH in the Subways)’의 예술감독으로 클래식을 통한 사회문화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번 동요 음반은 그가 추진하는 ‘사운드트랙 오브 유어 라이프(Soundtrack of your life)’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박종화는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 훈련받는 동안에도 전자음악 등 주변 장르는 물론 사회적 이슈에도 늘 관심을 가졌었다. 한국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연주자로서 음악을 통해 의미 있는 작업들을 병행하고 싶다”면서 “‘사운드트랙 오브 유어 라이프’라는 타이틀 아래 내 나름대로 삶과 음악을 탐구하는 작업들을 계속 선보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동요 앨범 ‘누나야’ 발표한 피아니스트 박종화 “네 살 딸 덕분에 듣게 된 동요 음악적 근원 찾게 해줘”
입력 2015-06-25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