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한다. 평소에는 정신병질이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직장 같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부적격’ 통보를 받은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문사코’로 지칭했다. 문사코는 ‘문화계 사이코패스’ 줄인 말이다. 최씨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문체부가 미술관장 공모를 백지화하고 재공모를 발표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공모 당시 응모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당사자와 면담도 안 하고 뚜렷한 사유도 대지 않고 ‘부적격’ 세 글자로 모든 과정을 뒤엎었어요. 장관이 관장 직무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면 끝장면접을 하든지 해야지 자기편이 아니면 불신하고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장관은 문사코라고 봅니다.”
관장으로 임명됐다면 직속상관이 됐을 장관에게 막말을 퍼부은 최씨의 발언은 점잖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아무리 억울하다 하더라도 관장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지 않은가. 최씨의 낙마에는 김 장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창의력과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장관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거나 평소 친분이 없는 사람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체부 산하 기관장에 김 장관과 같은 홍익대 출신을 임명한 것을 두고 ‘괄목홍대’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김 장관은 문사코라는 수식어에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말까지 듣게 됐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일전에 큐레이터 신정아씨가 가수 조영남의 그림 전시를 기획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에서는 호들갑을 떨었다. 일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도 신씨를 전시기획자로 영입하려고 혈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씨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여할 바는 아니다. 다만 언론을 이용해 미술계 복귀를 노리는 신씨, 그런 신씨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 모두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사태를 접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보인 창비의 태도와 경향신문을 통해 밝힌 신씨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어로 일관했다.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른바 ‘돈 되는 작가’와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상업적 출판사 사이에서 그의 글을 좋아하고 그의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일수록 배신감과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신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것은 해명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신씨는 독자들 앞에서 표절 혐의 부분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뒤에 앉아서 출판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거나 일부 언론을 통해 해명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신씨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끝내 숨어만 있다면 비겁한 문사코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내일을 열며-이광형] ‘문사코’는 누구인가
입력 2015-06-25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