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이란에 배구 취재를 갔을 때다. 2만명을 수용하는 대형 실내체육관 관중석에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여성의 경기장 출입이 금지돼 있었던 것이다. 다른 경기장도 마찬가지였다. 외국 여성만히잡을 쓰는 조건으로 출입이 허용됐다. 지난해 이란에서 배구 경기를 보다 체포된 영국계 이란 여성이 징역 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란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상대국은 남자들로만 이뤄진 이란의 일방적인 응원에 절반쯤 넋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처럼 응원문화는 나라마다 독특함이 있다. 유럽의 축구 관중들은 좌석이 있음에도 경기 내내 서서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미국의 관중들은 좌석에 앉아서 느긋하게 즐긴다. 음료나 햄버거 같은 먹거리도 빠트리지 않는다.
한국의 응원문화도 뜨겁기로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경기 몰입도는 최고다. 경기진행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열띤 응원전은 그 자체로 훌륭한 한국만의 문화가 됐다. 먹거리도 외국보다 훨씬 다양하다. 최근 한 치킨 업체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까지 진출했다. 한국발 ‘치맥문화’가 야구의 본고장까지 휩쓸 태세다. 이 같은 응원문화에 매료돼 한국에 눌러앉은 외국인도 있을 정도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즐감 스포츠] 몰입도 높은 한국야구 응원문화
입력 2015-06-25 00:20 수정 2015-06-25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