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차 좁혀졌다”… 출구 찾아가는 그리스 사태

입력 2015-06-24 02:12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채권단 관계자들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가 새로 제출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달린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구제금융 협상이 25∼2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이전보다 진전된 새 협상안을 제출했고, 채권자들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이 높다.

EU 정상들은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그리스가 제출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논의했다. 정상들은 대체로 진전된 안이라고 평가하면서 24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세부 검토를 거쳐 25일부터 이틀 일정의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재논의키로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양측 입장이 어느 때보다 많이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합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새 안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기대에 못 미친다”고 언급했다. 최대 채권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합의하려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스는 새 협상안에서 향후 2년간 80억 유로(약 9조9600억원) 규모의 징세와 긴축정책을 통해 올해와 내년의 재정수지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1.51%와 2.87%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체로 채권단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리스 내부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그리스 연립정부의 다수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강경파 의원들은 협상안이 가혹하다며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연정의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도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타결로 그리스가 지금 당장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을 모면해도 경제의 근간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위기는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독일에선 그렉시트를 무조건 막기보다는 ‘질서 있는 그렉시트’를 택하자는 목소리도 많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