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서 ‘가족 간 감염’ 의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병원 밖에서도 메르스에 전염될 수 있음을 뜻한다. 보건 당국은 그동안 ‘병원 내 감염’을 강조해 왔다.
◇가족 간 감염…병원 밖에서도 감염된다=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3일 추가된 확진자 3명 가운데 175번째 환자(74)가 지난 13일 사망한 118번째 환자(67)의 남편이라고 밝혔다. 부부는 지난달 23∼29일 경기도 평택 굿모닝병원에 입원했다. 남편에게 폐렴 증상이 있었고 아내는 간병을 했다.
아내는 굿모닝병원에서 ‘슈퍼 전파자’인 14번째 환자(35)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남편은 별 증상이 없다가 지난 21일부터 열이 났고 메르스로 확진됐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부부가 9일까지 함께 지냈다. 잠복기를 고려할 때 가족 내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국이 가족 간 감염에 무게를 둔 것은 처음이다.
이전에도 가족 간 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다. 171번째 환자(60)는 123번째 환자(65·사망)의 아내다. 146번째 환자(55)는 76번째 환자(75·여·사망)의 아들이다. 모두 잠복기가 지나 확진 판정이 내려졌지만 당국은 “증상은 잠복기 내에서 시작됐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병원 밖에서의 감염 가능성을 애써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였다.
가족 간 감염은 어디서든 밀접한 접촉이 있다면 메르스에 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병원 안에서만 메르스가 전파됐다’는 당국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확진자의 약 10%가 가족 간 감염인 것으로 보고됐다.
◇접촉자 또 놓쳐…강동성심병원 새 ‘유행지’ 되나=173번째 환자(70·여)는 보건 당국의 방역망에 없었다. 요양보호사인 그는 지난 5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 환자의 보호자로 머물렀다. 함께 응급실에 있었던 76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환자 중심으로 밀접 접촉자를 가려내면서 그를 빠트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같이 왔던 환자가 ‘이분은 평상시 건강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173번째 환자는 지난 10일쯤부터 증상이 나타났고 강동구 목차수내과(10∼11일), 상일동 본이비인후과(15일), 강동신경외과(16일)를 방문했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에서는 18∼22일 입원했다. 지난 5일부터 따지면 2주일 이상 통제 없이 돌아다닌 셈이다. 이 환자는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고, 의심환자 조회 시스템에도 나타나지 않아 병원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당국은 강동성심병원의 신규 입원과 외래를 중단시키고, 밀접 접촉자 등에 대한 격리 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어 꺼지는 듯했던 ‘감염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4번째 환자(75)는 감염 경로가 불확실하다. 그는 지난 4일과 8일, 9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삼성서울병원을 찾았었다. 정 센터장은 “다른 환자와 외래진료에서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며 “응급이송요원인 137번 환자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여러 경로로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24일까지로 예정됐던 병원 ‘부분 폐쇄’가 연장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건 당국은 “다시 문을 열지에 관해선 결정된 바가 없으며 연장 여부를 24일까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메르스 재난] 접촉자 또 놓쳤다… 병원 밖 ‘가족간 감염’ 확산 우려
입력 2015-06-2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