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메르스 완치 임신부, 제왕절개로 男兒 순산 “산모·아기 건강… 문헌상 세계 첫 사례”

입력 2015-06-24 02:25

109번째 메르스 환자인 임신부(39)가 완치 판정을 받고 23일 새벽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남자 아기를 무사히 출산했다. 메르스 감염 임신부의 ‘안전 출산’은 세계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09번 메르스 환자가 임신 37주5일 만인 이날 새벽 4시34분 제왕절개로 순산했으며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문헌상 보고된 임신부 사례 중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한 상황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과 병원 측은 그동안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산부인과, 감염내과 등 의료진 11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집중 치료를 진행해 왔다.

이 임신부는 지난 19일과 21일 2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최종 완치로 확진됐다. 이후 복통 등 출산 기미가 보여 22일 산과 병동으로 옮겨졌고, 정상 분만을 준비하다 23일 새벽 2시30분쯤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다. 태반조기박리는 분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태반이 먼저 부착 부위에서 떨어져 나오는 증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임신부가 이미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출산했기 때문에 아기에 대한 추가 검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보호자 요청으로 출산 직후 산모와 아기에 대한 메르스 검사를 진행했고 음성 판정이 나왔다. 병원 관계자는 “아기에게는 일반적으로 하는 객담(가래)이 아닌 ‘위액 채취’를 통해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생아의 경우 객담 채취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 신생아실에선 결핵검사 등을 할 때도 코로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위액을 뽑아 바이러스 검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모는 모자동실에서 아기와 함께 4, 5일 정도 산후조리를 한 뒤 퇴원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아기에게 분유가 제공되고 있지만 산모가 원할 경우 모유수유 여부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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