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의원과 친분 과시 ‘떴다방’식 투자 유인… 분양대행업체 수십억대 비자금 수사 ‘속도’

입력 2015-06-24 02:26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야당 국회의원 측과 유착한 의혹으로 최근 구속된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씨가 ‘떴다방’식 투자자문을 통해 부동산 분양권 전매를 알선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야당 P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부동산 개발계획 등 각종 정보를 주변에 흘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김씨의 사업 수완 이면에 P의원과의 거래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23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인터넷 카페 ‘P클럽’의 2008년도 대화록을 보면 김씨는 P의원과 친밀한 관계임을 내세우며 경기도 남양주 오남·진접지구 주민들을 상대로 분양권 취득을 제안했다. 지하철역 건설 등 P의원 의정 활동과 연결돼 차후 웃돈이 붙을 게 유력한 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건설회사에서 확보, 회원들에게 우선 배분하겠다는 식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P의원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위치임을 과시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2008년 1월 24일 인터넷 대화창에서 “어제 P의원을 만나 밤섬랜드에서 당고개까지 직통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P의원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지시했다” “(P의원이) 남양주시장과도 바로 얘기를 했다. 공약으로 만들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2월 9일에는 “P의원이 (당선)되면 150만평 진접2지구랑 함께 추진합니다” “P의원이 (국회) 건교위에 들어가면 이 지역은 끝난 거예요”라고 말했다. 1만원을 지불한 회원들만 이 인터넷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같은 해 2월 12일에는 “P의원의 공약인데 아직 비밀”이라고 당부하며 “청학리에 별내선 8호선과 진접선 4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이 생긴다”면서 인근 아파트의 분양권이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19대 총선 2개월 전이었다. P의원은 3일 뒤인 2월 15일 블로그를 통해 “지하철 4호선과 8호선 중 최소한 하나는 청학리를 거쳐 진접과 오남으로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김씨는 “P의원이 내 얘기를 많이 해줬다”며 자신이 만든 단체가 시청으로부터 발전기금을 지원받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자신은 전국에 집이 수십 개 있고, 가끔 자동차 트렁크에서 계약서가 튀어나올 때도 있다며 재테크 동참을 권유했다.

이렇게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김씨는 서울 종로구의 오피스텔 분양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돌연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수년간 그를 찾아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2008년 당시 김씨의 집을 방문해본 한 인사는 “집안에 컴퓨터 한 대만 있는 것을 보곤 ‘떴다방’ 영업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지인 A씨는 “김씨는 자신이 P의원의 아파트도 계약해줬다는 말까지 주변에 공공연히 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씨의 사업 과정에 P의원 측 개입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우선 집중하고 있다. 김씨가 P의원 측으로부터 각종 개발정보를 입수해 사업에 활용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총선 당시 김씨가 회사 직원 등을 동원해 인터넷 공간에서 P의원 선거운동을 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P의원 동생에게 I사 자금 수억원이 세탁과정을 거쳐 흘러간 사실도 확인한 상태다. P의원 측은 “김씨가 지역후배로 선거 때 도움을 주는 등 친분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씨도 여전히 금품거래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