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덜 내고 덜 받는’ 복지 대수술 착수… 캐머런 2기 ‘저복지시대’ 선언

입력 2015-06-24 02:12
집권 2기를 시작한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영국 총리가 ‘영국병’ 대수술에 다시 한 번 나선다. 근로의욕마저 저하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과도한 복지혜택 대신 ‘일하는 복지’를 추진한다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골자다.

22일(현지시간) 잉글랜드주 렁컨을 방문한 캐머런 총리는 연설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번 돈을 세금으로 내고, 정부는 다시 이 돈을 이들에게 더 많은 복지와 함께 돌려주는 ‘터무니없는 회전목마’를 끝내겠다”면서 복지제도 개혁 의지를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을 ‘낮은 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 사회에서 ‘높은 임금, 낮은 세금, 낮은 복지’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영국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각각 1%, 4%인데 영국의 복지지출은 전 세계 복지지출의 7%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복지 과잉 상태’라는 것이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이언 던컨 스미스 고용연금부 장관은 지난 21일 더타임스 일요판에 낸 공동 기고에서 복지지출 삭감 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연간 2200억 파운드(약 383조원)인 복지지출을 2017년까지 120억 파운드(약 21조원)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영국 정부예산에서 복지지출 예산은 약 30%를 차지한다. 근로연령에 있는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연간 복지혜택 한도도 2만6000파운드(약 4500만원)에서 2만3000파운드(약 4000만원)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정부는 집권 1기에도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축소한 가구당 연간 복지혜택 한도도 2013년 이미 한 번 줄어든 금액이다. 소득과 관계없이 지급되던 아동수당도 연봉 4만4000파운드(약 7600만원)를 초과하는 고소득층에는 지원하지 않도록 바꿨다.

근로연령대의 구직수당, 실업수당, 근로소득 공제혜택 등 각종 복지수당 인상률도 2013년부터 연 1%로 제한돼 있는 상태다. 영국은 이전까지 매년 물가인상률을 기준으로 복지수당 인상률을 조정해 왔다. 복지수당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20%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민간부문 임금인상률은 12%로 복지수당 인상률을 밑돌았다.

복지지출 축소를 비롯한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주 런던, 글래스고, 리버풀, 브리스톨 등 주요 도시에서는 긴축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런던에서만 15만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가디언은 추산했다. 영국 정부는 복지지출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지출도 2017년까지 130억 파운드(약 22조6000억원) 삭감할 계획을 밝혀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수성향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문제연구소(IEA)의 마크 리틀우드 소장은 “복지지출을 줄일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세금공제 축소 등을 비롯해 복지예산을 삭감하면 불공평하게도 근로계층의 빈곤 가정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개혁은 근로자들의 의욕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