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똑바로 보자] 간병인 필요 환자 387만명… 동원된 가족들 ‘죽을 맛’

입력 2015-06-24 02:45
간병비는 ‘재난적 의료비’의 주범으로 꼽힌다. 2012년 기준 건강보험 3대 비급여 항목(상급병실·선택진료·간병)에 쓰인 비용은 4조3000억원이다. 간병비는 그 절반에 가까운 연간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3대 비급여 개선을 국정과제로 삼고 2014년 개선안을 내놓았다.

간병비 문제 개선책으로 ‘포괄간호서비스제도’가 제시됐다. 간호 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이 간병까지 감당하는 제도다. 하지만 포괄간호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는 건 2018년부터다. 사실상 다음 정부에 넘긴 셈이다.

◇간병비, 어느 정도 부담인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09년 한 해 동안 간병인을 필요로 한 환자는 387만여명이었다. 이 환자들이 모두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드는 간병비는 어느 정도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인 1명이 환자 6명을 돌볼 경우 필요한 간병인은 12만명, 이들에게 들어가는 간병비가 2조8000억원 수준이다. 간병인의 일당을 당시 시세(6만원)로 계산하고, 일당의 10%를 관리비로 책정한 결과였다.

간병인을 고용해야 할 만큼 중증인 환자는 다른 진료비도 많이 든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검사·치료·의약품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서울의 대형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다인실 입원이 쉽지 않다. 3인실 이상 상급병실료가 하루 수십만원씩 나간다. 중증 환자 상당수는 건보 적용이 안 되는 선택진료를 받는다. 간병비까지 내기엔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이다.

‘가족 간병’에 의지하게 되는 건 비용 탓도 크다. 보사연 보고서에 실린 설문조사를 보면 간병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간병비 부담 때문’(4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족 간병에도 비용은 든다. 각종 기회비용은 물론이고 생업을 포기해 실질적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하면 가족 간병도 ‘무료’는 아니다.

◇간병인 제도, 가족 간병 대체할 수 있나=우리나라에선 간병인 고용을 환자나 보호자가 해야 한다. 알선 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프리랜서 간병인에게 직접 일당을 지급한다.

취재팀이 2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병인을 구하고 싶다고 문의하자 병원 직원은 ‘환자 도우미 안내’라고 적힌 종이를 건넸다. 병원은 환자에게 간병 알선업체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 간병인을 구하는 통화는 일방적으로 업체가 주도한다. 이런 식이다.

“간병인 구하고 싶은데, 얼마죠?” “7만원이요.” “거동이 불편하신데 비용이 달라지나요?” “네. 화장실 출입 하시나요?” “잘 못 가세요.” “잘 못 가시는 게 뭐예요. 침상에서 도와드려야 된다는 거죠? 그럼 7만5000원이요.” “간병인 연령대가?” “60대죠.” “40, 50대 젊은 분 가능할까요?” “60대면 젊은 거죠.” “추가 비용은 안 드나요?” “메르스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힘든데, 식사비로 하루 1만원 정도 더 주시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선택권은 없다. 업체가 보내주는 대로 써야 한다. 환자 간병을 남에게 맡기다보니 가족들은 간병인 눈치를 보게 된다. 고용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보호자 몫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간병인도 있지만 상당수는 민간의 간병인 자격증 정도만 갖고 있다. 대부분 50, 60대이고 간혹 70대도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 결국 간병인은 가족 간병이 불가능할 때의 차선책 정도로만 유용한 셈이다.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유일한 대안인가=포괄간호서비스를 이용하면 종합병원급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8∼12명을, 병원급은 10∼14명을 돌보게 된다.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간호를 보조하고 식사 등을 거든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까지 돌보는 게 가능하다. 간병의 질이 높아지고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간호 인력 상황으로는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 인력을 확충하도록 수가를 올리고 병원이 인력 확충을 제대로 하는지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며 “충실히 따르지 않는 병원은 강력히 규제해야 하는데 지금껏 정부는 이 부분에서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박세환 양민철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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