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똑바로 보자-‘보호자 없는 병동’ 르포] “간호사들이 24시간 신경 써 줘 든든”

입력 2015-06-24 02:43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은 김화자씨(가운데)가 22일 인하대병원 ‘보호자 없는 병동’의 병실에서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병동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간병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인천=서영희 기자

22일 오후 3시쯤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11층. 정형외과 구역의 ‘보호자 없는 병동’(포괄간호병동) 6인실에서 김화자(55·여)씨가 머리맡에 놓인 ‘콜벨’을 눌렀다. 1주일 전 입원해 오른 무릎 수술을 받은 터였다. 간호사 4명이 모여 있는 중앙데스크에 ‘삐’ 소리가 울렸다.

차트를 점검하던 박지영(37·여) 간호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씨 병실 앞 알림등에서 주황 불빛이 깜빡이는 걸 확인한 그가 김씨 병상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5초였다. 김씨는 무릎에 대고 있던 얼음주머니를 바꿔 달라고 했다. 혼자는 움직일 수 없어서다.

새 얼음주머니를 가져온 박 간호사는 웃으며 바로 옆 병상의 곽현수(55·여)씨에게 컨디션이 어떤지 물었다. 박 간호사는 “30분마다 한 번씩 병실을 도는데 이와 별개로 환자 요구가 있을 때마다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병동 안 2개의 복도 중간에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간호사가 1명씩 배치돼 있다.

‘보호자 없는 병동’에서는 통상 간병인이나 가족이 하는 식사 보조부터 대·소변 받아내기까지 환자 관리를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27명과 간호조무사 7명이 도맡아 한다. 간호사 1명이 환자 12∼15명을 맡는 일반병실과 달리 간호사 1명이 환자 7명을 책임진다.

13개 병실에는 간병인이 한 명도 없다. 입원 당일이나 수술하는 날을 제외하곤 보호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굳이 상주하겠다는 보호자를 막지는 않지만 “돌아가셔도 된다”고 매일 설득한다. 인하대병원은 2013년 7월부터 보호자 없는 병동을 도입했다. 전체 700여개 병상 중 191개가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유일하다.

이 병동의 특징 중 하나는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점이다. 복도에는 노란 옷을 입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이송요원 말고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불이나 빨래, 잡다한 먹을거리로 어지러운 병실과 끝도 없이 밀려오는 문병객도 찾아보기 어렵다. 황규정(48·여) 수간호사는 “이 병동 환자는 대부분 보호자가 종일 돌보기 어렵거나 하루 7만원씩에 간병인을 쓰기가 부담스러워 이곳을 선택한다”며 “병원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만족스러워했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이 병원에 입원한 A씨(50·여)는 “마음이 편하다”며 “간호사들이 24시간 신경써줘 든든하다”고 했다. 일반병실보다 하루 1만∼2만원 더 내면 돼서 부담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힘찬병원에 입원 중인 민영순(75·여)씨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112개 병상에서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씨는 “틀니까지 빼서 양치해주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 덕에 간병인을 쓸 때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려면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가장 시급한 건 인력 수급이다. 상대적으로 늘어난 업무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체감하는 부담이 크다. 건강보험의 ‘간호수가’가 정해져 있어 일은 늘어나는데 임금은 그대로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지난 3월 설문조사에서 포괄간호병동 간호사의 만족도는 55.4%에 그쳤다.

한정된 간호 인력으로 중증환자를 관리하기도 벅차다. 아예 거동을 못하는 환자의 경우 24시간 모든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인원이 필요하지만 포괄간호병동의 간호사는 병원 행정까지 처리해야 해 시간이 부족하다. 중증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다른 환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박세환 조효석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