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소통” 기관 설득작전-“엘리엇 문서 변조” 정공법… 삼성물산 투트랙 전략

입력 2015-06-24 02:28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와의 법정 싸움에서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설득시키면서 법리다툼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인 최치훈(건설부문)·김신(상사부문) 사장은 최근 여러 경로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두루 만나 설득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3일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IR) 부서에서 제공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취지와 기대 효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업체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는 접촉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이 왜 ISS에 찾아가지 않는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ISS는 글로벌 상장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의결권 자문업체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세계적 명성이 있다.

업계의 한 IR 전문가는 “ISS는 대외적으로 검증된 자료에만 의존해서 보고서를 내는 경향이 있다. ISS를 상대로 한 로비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일 삼성의 고위 임원들이 ISS를 상대로 로비를 하면 그 자체가 엘리엇에 또 다른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물산은 합병 추진 관련 설명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비교적 공개된 공간에서 주주를 상대로 한 소통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국내 법원에서 이뤄지는 법리 공방만큼은 강경 대응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업 합병 가치를 평가하려고 엘리엇이 인용한 보고서가 변조 또는 무단 사용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에 서증 원본제출 명령 요구 신청서를 냈다.

엘리엇 측이 한영회계법인(EY한영)에서 받은 보고서의 일부를 삭제하고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문제 삼기 위해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