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똑바로 보자] 선진국은… 간호사·전문 간호인력이 간병 업무까지 맡는다

입력 2015-06-24 02:52

선진국에서는 환자 간병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오롯이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그 부담을 지우는 우리와 달리 세계 각국은 간병을 의료기관이라는 제도권에 포함시킨 지 오래다. 간호와 간병의 구분을 허물고, 간병 업무를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나 병원과 계약된 전문 간호인력의 역할로 규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가족 간병이 일상적이었던 일본은 1996년 ‘신(新)간호·간호보조체계’를 도입했다. 환자 측이 돈을 주고 고용해야 했던 간병인을 병원·진료소가 고용하도록 바꿨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10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대신 간병 업무에 보험수가 점수를 설정해 간병비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한다.

다른 선진국도 간병 비용을 보험 서비스 영역에 포함시켰다. 영국은 1948년 국가보건의료체계(NHS) 도입 이후 영국 국민이면 누구나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도 2004년 정신과를 제외한 전 의료기관에 포괄수과제(DRG)를 도입하며 간병비를 치료비의 일부로 넣었다. 미국도 ‘메디케어 파트A(병원보험)’의 급여대상 중 하나인 입원관리료에 기본 간호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간병을 전담하면서 가족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환자를 면회한다. 미국 병원에는 우리 병실에서 흔히 보는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없다. 영국 독일 일본 등도 가족 면회는 정해진 시간에만 허용된다. 프랑스는 환자를 면회하려면 의료진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무분별한 가족 면회가 의료 행위를 방해하고, 함께 입원 중인 다른 환자에게 불편을 준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간병 인력의 질(質)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진다. 독일은 간병 인력인 간호조무사에 대해 총 160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1993년 제정된 건강구조법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수발의 정도에 따라 배정하는 간호사 수와 업무를 법으로 정했다. 미국은 각 주(州)정부 법에 따라 간병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적절한 훈련을 거쳤는지, 면허를 소지한 전문 인력인지 감독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일본도 1950년대 간호사가 간병을 전담하는 ‘완전간호제도’를 추진했다가 업무 강도가 심해질 것을 우려한 간호사들의 반발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먼저 전체 간호인력, 간병 보조인력 등에 대한 정부의 파악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