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52)씨가 2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표절을 사실상 인정하고 사과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 만이다. 당초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알지도 못한다며 표절을 일축했던 그는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사실상 표절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단 안팎에서 신씨의 표절 인정과 사과의 표현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잘된 일이다.
표절 논란은 그가 한국 문단의 대표적 소설가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수치일 뿐 아니라 우리 문학계가 곪아있다는 점을 지적한 중대한 문제 제기이다. 이번 의혹은 15년 전에도 똑같이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유야무야된 채 십수년이 지나서야 해소됐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문단의 현실을 말해준다.
지난주 신씨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문학계에서는 ‘문학 권력’ 담합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대형 상업출판사들과 일부 잘나가는 작가들의 담합, 칭찬만 해대는 일부 비평가들의 이른바 ‘주례사 비평’, 대학의 문예창작과와 각종 문학상 심사위원들 간의 결탁 등과 같은 구조는 끼리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문학계의 음습한 비리 현장이다. 오죽하면 비평가 집단을 포함한 문단에 대해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 “표절의 환락가화”라는 표현까지 나왔겠는가.
이 같은 담합 구조는 문단의 건강성을 해치고 무엇보다 문학의 본질이자 생명인 창작성을 저해하는 것이다. 신씨의 표절을 계기로 문학계는 뼈저린 반성과 함께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문학이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작가와 비평가, 그리고 출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한국 문단의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신경숙 표절 사과, 문단·출판계의 도덕성 회복 계기로
입력 2015-06-24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