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더 로드(mother road)’로 불리는 루트66(Route66) 얘기다.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시작해 미주리,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를 지나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 해변까지 8개주 3945㎞에 이른다. 1926년 건설된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로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는 물론 중부 내륙의 소도시를 통과한다. 그랜드캐니언의 광활한 자연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오랜 문화까지 만날 수 있다. 여행정보지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다.
하지만 주(州)와 주를 연결하는 편리한 고속도로가 하나둘 생기면서 루트66은 고속도로로서 수명을 다하고 퇴물 취급을 당했다. 1985년 연방 정부 고속도로 체계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루트66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원치 않은 미국인들이 있었다. 루트66이 지나는 애리조나 소도시 셀리그먼(Seligman)의 이발사 에인절 델가디요는 1987년 ‘애리조나 루트66 보호협회’를 만들고 쇠락한 옛길의 명성을 복원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움직임에 시민단체와 지방정부가 도로 복원 작업에 나섰고 2003년에 이르러 ‘역사도로(Historic Route)’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셀리그먼은 도로 양측에 낡은 모텔, 맛집 등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작은 도시다. 즐비한 기념품 가게 등에는 루트66의 문양이 옛 영광을 되새기고 있었다. 에인절 델가디요의 이발소는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관광객을 맞이하고 작고한 그의 사촌 형이 운영했던 햄버거·아이스크림가게 ‘스노캡’은 여행객들의 필수코스가 돼 있었다.
셀리그먼(미 애리조나주)=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