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인터넷전문은행과 銀産분리

입력 2015-06-24 00:20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 골격을 살펴보면 우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 주력자의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50%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단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제외) 대폭 완화하고, 최소 자본금도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에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업무 범위를 허용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ICT 기업과 제2금융권 금융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신설할 경우 온라인상이지만 대부분 은행 업무 수행이 가능해져 은산 결합과 겸업화의 문이 동시에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가히 파격이라 할 수 있는데, 론스타 사건 이후 국민들의 적격성 심사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가운데 우려가 크다.

새로 도입이 추진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대비 소규모이고 지점망이 없으며 직원 수도 적은 저비용 구조로 출발한다. 그런데 이런 은행이 과연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까? 고객 입장에서는 물론 온라인의 편리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요즘 편리함만으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특히 소규모 은행으로 규모의 경제 도움 없이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예금금리 그리고 수수료 인하 등이 가능할까? 진입 초기에는 정보기반 및 보안기술 투자도 필요할 것이고 고객 확보를 위한 광고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출의 신용위험 관리가 문제인데, 기업 대출은 물론이고 개인 신용대출에서도 기존 은행과 저축은행 대비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 의문이다.

틈새시장에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순조롭게 출범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우려된다. 최근 은행권을 포함해 금융권 전반적으로 수익성 저하 문제가 심각한데,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금융산업의 고용 문제도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권 전체적으로 미래 성장산업과 중소기업 등에 맞춤형 고부가가치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제공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지속 성장에 기여하기보다 지급결제, 가계대출, 담보대출 등 부가가치 창출이 낮은 단순 반복적 금융 업무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는 악순환 구조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소형 ICT 기업과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은행권 진입이 이어질 수도 있고 또 일부 금융투자회사들이 투자은행으로 성장·발전하는 과정에서 은행 자회사 보유가 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산 분리 규제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은산 분리 완화는 산업자본에 대한 특혜의 의미가 있고 더 나아가 시스템 리스크 창출이 우려된다. 그러나 은산 결합을 꺼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이 경제 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해상충 방지 역할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금감원과 은행권의 경남기업 특혜 지원 사건으로 금융계가 뒤숭숭한 판에 은산 분리 완화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은산 결합 지지 측 논리는 실물그룹의 자본을 은행권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인데, 우리나라도 이제 유휴 자본이 넘치는 상황에서 자본이 금융을 좌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정보 창출과 모니터링 등 격상된 금융중개 기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금융과 정보기술 간 융합에서도 사회적 비용이 큰 자본 측면에서의 은산 결합보다 자산 측면에서의 업무제휴 방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