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전거를 샀다. 값싸고 무거운 고철 자전거라 오르막길에서 끙끙대며 끌고 가야 하지만 버스를 타기에 애매한 거리는 단축시켜주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날을 기억한다.
칠레의 작은 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친구와 나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와 자전거를 빌렸다. ‘달의 계곡’이란 곳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셋 다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뒤뚱대며 자전거를 끄는 동양인 여자들을 구경하려고 여행자들이 모였다. 애가 탄 몇몇은 외국어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주워들은 단어를 조합하면 “넘어지는 걸 겁내지 마, 넘어지는 방향으로 넘어져” 같은 말이었다. 한동안 우리 셋은 연예인과 동물 그 어디쯤의 구경거리가 되었고 보다 못한 누군가가 다가와 한마디 했다. “한국에는 자전거가 없나요?” 아직도 후회가 된다. 뒤로 몰고갈 수 있었다면 한국에 자전거 많다고 말해줬을 텐데.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골목을 빠져나왔지만 자전거 타기는 여전히 서툴렀다. 중심을 잡고 잘 가다가도 앞에 사람이 있으면 지레 놀라 멈추려다 넘어지곤 했다. 세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원래대로 달의 계곡까지 가는 길, 또 하나는 널브러진 동네 개만 피하면 안정적인 마을의 흙길, 나머지 하나는 인적이 드문 울퉁불퉁한 바위사막으로 가는 길. 우리 셋은 각자 다른 길을 선택했다. 나는 바위사막 길로 갔다. 마을길은 편안했지만 큰 개들을 피하는 게 버거웠고 달의 계곡은 자전거 타는 실력이 부족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위사막은 내 엉덩이에게 커다란 멍을 남겼다. 한국으로 돌아와 달의 계곡에 가려면 자전거를 잘 타야 해, 라면서 연습했지만 아직까지 가지 못했다.
대신 이따금 서로 다른 길을 갔던 친구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날 우리는 자전거를 반납하고 한참을 자기가 본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길을 갔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그리고 각자의 길로 갔다가도 언제든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향해 가는 마음이 동일했기 때문일 것이다.
곽효정(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한국에는 자전거가 없나요?”
입력 2015-06-24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