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을 하다가 경찰서에 잡혀온 16살 지민이.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업 실패와 엄마의 가출로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떠나 길거리를 방황했고, 결국 범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길을 잃은 어린 소녀에게 학교 밖 사회는 감당하기 힘든 곳이었다.
현재 지민이 같은 ‘학교 밖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28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6만여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관심은 ‘학교폭력’ 문제에만 치우쳐 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범죄 환경에 더욱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등한시한 것이다.
그래서 지민이와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제2, 제3의 지민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관악경찰서 관내의 모텔·PC방 업주들과 간담회를 열어 청소년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신림역 주변 등 가출 청소년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민관 합동 청소년 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담팀을 만들어 청소년보호법 위반 업소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특히 단속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아이들에게는 학교 전담 경찰관들을 멘토로 지정해 가족의 빈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 산하 ‘ONE-NET’, 서울시교육청의 ‘친구랑’ 등과 같은 전문 기관과 연계하여 의료·법률 상담을 지원하고, 검정고시 준비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지민이는 요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다. 커피처럼 향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꾸준히 치료받은 덕에 몸도 건강해졌다. 지민이와 함께 16명의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3명은 취업에 성공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려온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시행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법에만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맡겨둘 수는 없다. 국가기관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들의 미래가 바로 우리 자식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유진규 관악경찰서장
[기고-유진규] 학교 밖 청소년도 우리의 미래다
입력 2015-06-24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