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22일(현지시간) 의사당에서 회의 중인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했으나 군경이 발 빠르게 테러범들을 막아내 희생을 최소화했다. 회의장에는 100명 이상의 의원과 보좌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테러 시도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 반군 1명이 의사당 입구에서 폭탄을 가득 실은 차량을 폭발시키는 자살 테러를 저질렀다. 이 폭발로 의사당 건물과 주변이 아수라장이 된 사이 중무장한 탈레반 반군 6명이 의사당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프간 군경이 대응에 나서자 반군들은 의사당 진입을 포기하고 주변의 다른 건물로 숨어들었다. 이후 양측의 총격전 끝에 반군 6명이 모두 사살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그러나 차량 폭탄 테러와 반군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2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테러 당시 의사당 내에서는 마숨 스타네크자이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안이 처리되고 있었다. 강력한 차량 폭탄 테러와 반군의 의사당을 향한 공격으로 회의장에까지 연기가 스며들었고, 테러범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는 소식에 의원들이 황급히 피신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반군에 대한 공격을 책임지는 국방장관 자리는 9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탈레반 반군이 국방장관 인준을 반대해 테러를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테러 시도 이후 탈레반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의사당 테러를 저질렀다고만 짧게 발표했다.
탈레반은 미군이 내년에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키로 선언한 이후 아프간 정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말 아프간전 종전을 선언한 미국은 현재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 병력 1만여명을 올해 말까지 5500명으로 줄이고, 내년 말에는 대사관 경비병력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탈레반은 지난 주말에는 북부 쿤두즈주에서 거센 공세를 펼쳐 이틀 만에 차르다라 지역과 다슈티아르치 지역 등 군 단위 2곳을 장악하고 정부군 탱크 4대와 탄약도 빼앗았다.
탈레반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핵심 기관이 의사당까지 공격의 목표가 되면서 미국 내에서 미군 철수에 대한 반대 여론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미군 철수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수니파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경쟁하면서 대원 확보를 위해 테러 등의 활동 강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프간에서는 테러 단체로 흘러들어가는 신규 대원 상당수가 IS 관련 단체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IS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리아 팔미라 고대 유적지에 지뢰와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밝혔다. 시리아군이 팔미라 탈환 작전을 준비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국방장관 인준 겨냥해… 탈레반, 아프간 의사당 테러
입력 2015-06-23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