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페트렌코, 베를린필 차기 수석 지휘자 됐다

입력 2015-06-23 03:41

러시아 출신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43·사진)가 세계적 권위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필)의 차기 수석 지휘자가 됐다.

독일 언론은 22일(현지시간) 베를린필 단원들이 전날 투표에서 오는 2018년 계약이 만료되는 사이먼 래틀(60) 현 수석지휘자의 후임으로 페트렌코를 뽑았으며, 페트렌코 역시 이날 단원들의 뜻을 수락했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이로써 페트렌코는 첫 러시아 출신이자 최초의 유대계 인물로서 베를린필의 수석지휘자에 오르게 됐다.

단원들이 투표를 통해 직접 수석지휘자를 선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베를린필은 지난달 12일 같은 절차를 밟아 차기 수석지휘자를 선발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당시 페트렌코는 후보군에 들었지만, 유력하지는 않았다는 관측이 많았다. 대신 라트비아 출신의 안드리스 넬손스(37)와 독일 출신의 크리스티안 틸레만(56)을 유력한 후보로 전망됐으나 단원들의 난상 투표에서 페트렌코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페트렌코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와 음악학 연구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면서 11세에 피아니스트로서 정식 데뷔했다. 18세 되던 1990년 가족이 오스트리아로 이주했으며 빈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97년 빈 폭스오퍼를 거쳐 99년부터 2002년까지 마이닝겐 극장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1년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로 처음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세계 유수의 극장과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하며 단기간에 국제적 경력과 명성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정명훈, 세묜 비치코프, 에드워드 다운스 등으로부터 지휘를 배웠다. 베를린필에서는 2006, 2009, 2012년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현재 그는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