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은 여전히 풀가동입니다… 수사결과 발표 시점을 언급한 바 없습니다.”
22일 ‘성완종 리스트’에 없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돌연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의 부름을 받자 마무리 단계로 회자되던 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로이 소환될 정치인들은 경남기업의 수상한 자금흐름에 연루돼 있거나,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위해 특별사면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는 이들이다. “리스트에 기초하되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는 뜻을 자주 피력한 수사팀임을 감안하면 홍준표(61) 경남지사, 이완구(65) 전 국무총리를 조사할 때처럼 충격적인 내용이 드러날 수도 있다.
노건평(73)씨의 경우 성 전 회장 측의 부탁을 받고 특사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은 ‘행담도 비리’에 연루돼 2007년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는데, 애초에는 연말 특사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최종적으로 사면됐다. 정권교체기에 이뤄진 이 특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친형인 노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실제로 노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한 ‘형님 라인’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노씨와 이 전 의원, 두 사람 간 ‘핫라인’이 만들어진 건 대선 전인 2007년 10월이었다”며 “이른바 ‘형님 라인’에서 논의된 건 특별사면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씨는 밀약설을 부인했었다.
새누리당 이인제(67) 최고위원은 성 전 회장의 제19대 총선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하자 당시 이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있던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꿔 당선됐다. 당시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적을 바꾼 성 회장이 높은 순위로 공천을 받은 점을 석연찮아하는 시각이 많았다.
또 다른 소환 대상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62) 의원 역시 성 전 회장의 비자금 흐름과 얽혀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 일정표에서 잦은 만남이 기록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김 의원의 경우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인 지난 4월 8일 서울의 한 냉면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복잡한 심경을 들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다만 거물급 정치인들의 소환을 두고 오히려 ‘잔불처리’ 수순이라는 정반대 해석도 제기된다. 명백한 혐의점을 발견해 새로운 수사가 개시된다고 보기보다는 종결을 앞두고 꼼꼼히 구멍을 메우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리스트 수사가 종결된 가운데 수사팀 파트별로 남은 의혹들을 마무리 짓다 보니 거물급들이 한번에 소환되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는 해석도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노건평·이인제·김한길 소환 방침 파장]‘성완종 리스트’ 밖 거물들 등장… 수사 새 국면? 정리 수순?
입력 2015-06-23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