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당국, 허술한 방역·잠복기 관리 실패 되풀이

입력 2015-06-23 03:30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22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투석실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병원은 전면 폐쇄됐다.김지훈 기자
보건 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서 수차례 실패를 겪고도 방역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추가된 환자 3명 중 2명은 당국의 관리망 밖에서 나왔다. 이렇듯 감염의 연결고리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되풀이되는 실수=170번 환자(77) 사례는 당국이 지난달 평택성모병원에서 한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음을 보여준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고관절 수술을 받고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서울 건국대병원 6층 병동에 입원했다. 그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76번 환자(사망)는 지난 6일 역시 고관절 수술 뒤 같은 6층 병동에 5시간 정도 머물렀다. 이 병원 6층에는 외과와 정형외과 병동이 있다.

하지만 170번 환자는 격리나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의 병실과 76번 환자의 병실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이유였다.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조치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당국은 평택성모병원에서도 같은 층 다른 병실의 환자·보호자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에 넣지 않았다가 대규모 확산을 초래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6층 병실은 간호사실을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76번 환자가 주로 머문 쪽은 격리했지만 반대편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격리 대상에서 빠진 170번 환자는 19일 퇴원한 뒤 경기도 구리시 카이저재활병원과 속편한내과를 차례로 찾았다. 확진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받았다.

이 환자의 발견으로 감염 연결고리는 더 늘었다. 당국은 건국대병원의 신규 입원을 중지시키고 입원환자 전체를 1인 1실에 격리하기로 했다. 지난 6일 6층 병동에 있던 환자·보호자도 이제야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카이저재활병원은 방문객을 전원 격리했으며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전체 소독을 실시했다.

특히 170번 환자가 이틀간 입원한 카이저재활병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의 9층 건물에 있다. 예식장 은행 키즈카페 등이 있고 이용인구가 추산이 어려울 만큼 많아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잠복기 관리도 실패=172번 환자(61·여)는 잠복기 관리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다. 대전 대청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 13일까지를 자가격리 기간으로 통보받았다. 하지만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 건 이틀이 지난 15일이었다. 이 환자는 본인이 보건소에 연락해 지난 18일 격리 입원됐다. 16일에는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등 외출도 했다. 만에 하나 당국의 격리 해제만 믿고 여러 병원을 찾았다면 또 다른 감염 경로가 생겼을 수 있다.

보건 당국은 이 환자의 올바른 잠복기가 15일까지였지만 이를 적용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정 센터장은 “이 환자와 지난 1일 접촉한 분이 4일 확진 판정을 받아 잠복기가 연장됐어야 했다”면서 “최종 노출일을 좀 더 정교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누락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171번 환자(60·여)는 잠복기(14일)가 한참 지나 확진됐다. 지난달 27∼29일 남편(123번 환자·사망), 아들(124번 환자)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함께 있었다. 보건 당국은 “지난 9∼11일 미열 증상이 있었다”며 이때를 발병 시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내려졌었다. 지난 17일 다시 열이 나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 센터장은 “가족이 같이 지내며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동경희대 병원 간호사 부족”=서울시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혈액 투석 중 메르스에 감염된 165번 환자와 같은 투석실을 이용한 환자 97명을 전원 입원시켜 관리할 방침이었으나 간호사가 크게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44명이 입원했고 53명이 입원 대기 중이다. 대기자 53명은 자가격리 상태다. 투석이 필요하면 구급차로 이동해 처치를 받은 뒤 다시 자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권기석 김재중 기자 keys@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