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이 여전히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동일·유사 업무를 맡아도 승진 기회가 없고, 임금상승률에서도 차별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둘 사이의 간극이 여전한 것이다.
지방의 한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강모(33·여)씨는 이 간극을 매일 느낀다. 강씨는 이 기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2년 가까이 일하고 2013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2011년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 부문 기간제 근로자 9만7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강씨도 이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강씨는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무기계약직 전환의 이점을 크게 못 느낀다. 그는 이 기관에서 각종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정규직 동료와 같은 업무를 한다. 그런데 정규직과 달리 승진도 못하고, 임금도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강씨는 “정부가 공공 부문 정규직 관련 통계를 내면서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에 포함시키는 걸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둘은 명백히 다른 처지”라고 말했다.
강씨만의 특별한 사연은 아니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공공기관 중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이 있다고 응답한 기관 비율이 40.3%였다. 지난해 157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준정부기관의 경우 52.0%로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21%의 기관만이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호봉제를 적용했다.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는 기관들은 무기계약직 종사자들에게 대부분 단일임률(Single-rate pay)을 적용했다. 근무한 연도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직종별로 임금이 고정돼 있고, 매년 기재부가 정한 공공기관 임금상승률에 따라 임금이 오른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근속연수가 늘수록 호봉제를 적용받는 정규직과 단일임률제를 적용받는 무기계약직 사이 임금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무기계약직은 승진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 결과 무기계약직을 위한 승진체계가 따로 존재하는 기관 비율은 15.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무기계약직의 승진이 없다는 뜻이다.
무기계약직은 업무에서 정규직과 처우에 차별이 있어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있다면 기간제법에 따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은 기간제법에서 정규직으로 분류돼 차별시정 대상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정동관 부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같은 업무를 하는데 차별받는 것이 무기계약직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직무를 분리하고 무기계약직을 위한 임금 인상과 승진 체계를 갖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공공기관 ‘無期계약직’의 설움… 차별 시정 말로만
입력 2015-06-23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