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성우 홍보수석의 편집권 간섭을 규탄함

입력 2015-06-23 00:29
편집권은 언론의 생명과도 같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도 편집권은 훼손할 수 없는 가치로서 많은 언론인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일보에 대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편집권 간섭과 공익광고 게재 취소 사건이 벌어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9일자 종합일간지 1면에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라는 공익광고를 내보내면서 본보만 제외시켰다. 이는 단순히 광고 배제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국민일보 기사에 대한 김 수석의 편집권 침해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당초 정부는 다른 일간지와 함께 본보에도 해당 공익광고 게재를 요청했으나 막판에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전격 취소했다. 정황으로 볼 때 본보 인터넷판에 게시된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 때문으로 판단된다. 해당 기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동 벽에 붙은 ‘살려야 한다’는 글귀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 오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한 것이었다. “청와대가 연출한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라는 서울대병원 측 해명도 포함됐다. 김 수석은 본보 편집국장에게 전화해 이 기사와 관련, 항의했다. 그리고 공익광고 게재 취소가 통보됐다. 믿기 힘든 황당한 일이지만, 본보 기사에 대한 불만이 광고 취소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다.

김 수석은 대통령을 위한 행동이요, 결정이라고 자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대단한 오판이다.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다. 메르스 퇴치는 물론 경제회복, 한·일 관계 및 남북관계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제대로 된 참모라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용히 보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김 수석의 속 좁은 행태는 대통령에게 누(累)를 끼쳤을 뿐이다. 야당이 연일 김 수석 경질까지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 지지율 추가 하락에도 일조했을 듯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김 수석의 개인적 자질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간지 편집권에 간섭할 마음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또 기사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공익광고를 갖고 장난칠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광고를 매개로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인다. 언론인 출신의 발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저속하다. 이런 성품으로 청와대와 국민 간 소통 증진에 과연 기여할 수 있을까.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실장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자초지종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