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캐나다월드컵 결산] 아름다운 도전… 내일을 봤다

입력 2015-06-23 02:13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0대 3으로 패한 뒤 서로를 끌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가 ‘아름다운 도전’을 끝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 성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숙제도 함께 안게 됐다.

◇‘기적’ 일군 태극낭자들=윤덕여(5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0대 3으로 완패했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대회를 앞두고 세웠던 목표인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의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2003 미국여자월드컵에서 본선에 처음 출전해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던 결과와 비교하면 크게 성장했다. 11골을 허용하고 1골만을 넣었던 12년 전보다 9골 실점에 4골의 득점을 올리며 공격과 수비도 모두 좋아졌다. 조별리그 2차전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둬 첫 승점을 따냈고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는 2대 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행을 확정지었다.

◇경험 쌓은 한국, 다음 월드컵 정조준=이제 한국 여자축구의 시선은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다음 월드컵을 향해 있다. 가까이에는 8월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 이어 내년 3월부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큰 대회를 경험했다는 소득을 얻었다. 이전까지 월드컵 경험을 가진 선수는 박은선(29·로시얀카)과 김정미(31·현대제철) 밖에 없었지만 4년 뒤에는 대부분이 월드컵 경험을 안고 뛰게 된다. 특히 이번에 부상으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박라탄’ 박은선은 다음 대회를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지소연은 “더 좋은 리그로 가서 더 빨라지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 더 큰 선수가 되어 다음 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코스타리카 전에서 헤딩골을 넣었던 전가을(27·현대제철)과 어시스트를 두 개 기록한 강유미(24·화천 KSPO), 스페인전 동점골의 주인공 조소현(27·현대제철) 등도 다음 월드컵에서 활약을 기대할 만한 선수들이다.

◇여자축구 저변확대 해야=한국은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최정상급 국가들과 비교해 실력 면에서 적지 않은 격차를 보였다. 코스타리카전을 제외하면 체격은 물론 스피드와 기본기 등에서 상대 팀보다 부족한 기량을 노출했다. 윤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의 초점을 오직 ‘체력’에 맞췄다. 기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만큼 체력에 의존해 많이 뛰는 축구를 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결국 ‘캐나다의 기적’이 이어지기 위해선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 확대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한축구연맹에 등록된 여자 팀 수는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모두 합쳐 76팀, 등록 선수 1765명에 불과하다. 이웃 일본(1409팀·3만243명)과 선수 숫자만 비교해도 17분의 1 수준이다. 일본은 저변확대를 통해 2011 독일월드컵 챔피언까지 올랐다. 윤 감독은 “우리가 앞으로 세계적인 축구를 하려면 개인적인 능력도 필요하다”면서 “더 많은 선수가 여자축구를 하게 되는 틀을 (이번 월드컵 선전을 통해) 만들려고 했는데 여기서 멈추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