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소수의견’서 변호사 역 윤계상 “‘세상이 이래선 안돼’ 보여주려 혼신”

입력 2015-06-23 02:28

24일 개봉되는 ‘소수의견’은 2009년 일어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2013년 6월 촬영이 끝났으나 개봉이 연기되다 2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영화는 철거현장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의 아들과 시위대를 진압하던 의경이 숨진 사건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권력에 맞서는 윤진원 변호사 역을 god 출신의 윤계상(37·사진)이 맡았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해묵은 숙제가 해결된 듯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개봉이 계속 연기되면서 무슨 이유가 있겠지 생각했어요. 2년 전에 선보였다면 촬영의 열기를 이어갈 수는 있었겠죠.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김성제 감독이 편집도 다시 하고 오히려 더 좋아진 거 같아요. 이제라도 영화가 세상과 만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윤계상은 의경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국선변호인을 연기한다. 재판 과정에서 권력의 편에서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검찰과 맞닥뜨리고,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청와대와 싸워야 한다. 그는 “정치적인 부분이 부담스럽기는 했으나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레드카펫’에서 에로물을 찍는 감독 역할을 맡았던 그는 “어머니가 무슨 이런 영화를 다 찍었느냐고 하셨는데 모두가 저의 분신”이라며 “결이 맞는 배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소수의견’은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말 해보고 싶은 역할이어서 욕심을 냈어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완성작을 보니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그는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배심원 평결이 재판에 반영되지 않는 국민참여재판의 허점에 실망하기도 한다. 논리 정연한 변론을 많이 연습했을 것 같다. “동료 변호사로 나오는 유해진 선배는 특정 대사를 입에 붙이기 위해 3일 동안 그것만 연습한대요. 저도 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실제 변호사의 변론은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극적이지는 않다는 사실 아시죠?”

노래와 병행해서 연기도 계속 하고 싶다는 그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군대 있을 때 휴가를 나와 최민식·류승범 주연의 ‘주먹이 운다’를 봤어요. 두 배우가 얼마나 치열하게 연기하는지 충격을 받았죠. 저게 연기인가 실제인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나도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죠. 제대할 때까지 시간 나는 대로 혼자 대사를 읊조리고 거울 보면서 표정 연습하고 그랬어요.”

그런 열정이 이번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권력 앞에서 좌절을 겪기도 하는 그의 캐릭터는 사뭇 진지하다. “유머는 유해진 선배가 책임지고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이미지예요.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집중하게 하는 인물이죠.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보고 소수의견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15세 관람가. 127분.

글=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사진=김태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