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골리앗’ 프랑스, 승리가 급했나… 박은선 향해 ‘性 정체성’ 백태클

입력 2015-06-23 02:31

[친절한 쿡기자]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습니다. 등록 선수만 8만4000명인 세계 여자축구계의 ‘골리앗’ 프랑스 앞에서 우리나라는 ‘꼬마 다윗’과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등록 선수는 1800명도 안 됩니다.

성경 속 골리앗은 다윗과의 대결에서 물맷돌 한 방에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22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그라운드에선 상황이 다릅니다. 거대한 인프라와 싸움의 노하우를 가진 ‘골리앗’ 프랑스의 세 골 차 완승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골리앗이 싸움을 앞두고 다윗에게 생트집을 잡았다면? 손가락질을 받았을 겁니다. 싸움판을 더럽혔다는 비난도 나왔겠죠. 프랑스가 그랬습니다.

프랑스 언론과 대표팀 관계자는 22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나라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박은선(29·로시얀카·사진)의 성 정체성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현지 뉴스사이트 ‘20 미뉴트’는 “박은선이 진짜 여자인지 의심스럽다. 여성들 사이에 있는 남자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미 은퇴한 프랑스의 베테랑 스테파니 뮈느레 베게(41)의 말은 한술 더 뜹니다. 베게는 “박은선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얼굴과 근육을 보면 여성이 아니다. 우리끼리 ‘남자와 경기를 한다’고 했다”고 공격했습니다.

박은선은 키 180㎝, 몸무게 74㎏의 건장한 체구와 중저음의 목소리로 남성이라는 오해를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하지만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이라는 확정 판정을 받았죠. 성 정체성 논란은 이미 종결된 사안입니다.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도 공격수로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겁니다.

프랑스의 문제제기는 박은선을 심리적으로 흔들겠다는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24)에게 세계 육상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 축구팬들이 분노한 이유입니다. 인터넷에서는 “프랑스는 강하지만 졸렬하기 짝이 없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하라”는 원성이 쏟아졌습니다.

프랑스는 FIFA 랭킹 3위의 우승후보입니다. 우리나라를 이기고 우승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어쩌면 정상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엉뚱하게 생트집을 잡고 스스로 재를 뿌린 잔칫집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들 얼마나 큰 박수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라운드에선 골로만 말하면 됩니다. 싸움판에서 졌지만 ‘불레셋의 전사’라는 호칭만큼은 남긴 골리앗처럼 말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