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남북회담본부만 리모델링?

입력 2015-06-23 00:10

서울 삼청동삼거리에서 감사원 고갯길을 지나 성균관대 후문 쪽으로 가다 보면 2개의 3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통일부 소속 남북회담본부. 인기 관광지인 북촌의 최북단에 자리한 셈이다. 북악산 자락이라 풍광이 수려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여서 방문객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1973년 완공된 이 건물은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개인별장으로 짓던 중 박정희 대통령한테 들키자 “북한에서 손님이 오면 회담 장소로 이용하려 한다”고 둘러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원래 이곳은 고려중앙학원 소유인 인근 중앙고 부지였다. 중앙정보부가 무려 1만1000평(3만6300㎡)을 강제 점유한 뒤 82년까지는 아예 무상으로 사용했으며, 83년부터 약간의 임차료를 지불하다 노무현정부에 와서야 매입했다.

남북회담본부는 남북회담에 관한 협상대책 수립, 회담 운영 및 지원, 대북 연락, 회담 홍보 등을 담당한다. 평양, 금강산, 개성, 판문점 등지에서 회담이 열리면 분주해진다. 우리 대표들이 대책회의를 한 뒤 회담장으로 떠나고 나면 국내외 취재기자들이 모여든다. 북측 지역이나 판문점에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현지에 파견된 기자들이 기사나 사진을 모두 이곳에 설치된 직통전화를 통해 전송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남북회담본부는 적막강산이다. 이명박정부 이후 남북회담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92년 한 해 88차례 열렸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회담본부가 8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한다. 지은 지 42년이나 됐으니 고칠 때도 됐다. 리모델링에 맞춰 대북정책도 전향적으로 손질했으면 좋겠다.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식 대북정책도 중요하지만 꽉 막힌 남북관계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대북 밀사라도 보내야 할 지경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