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수차례 약속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브리핑을 보면 갸우뚱해진다. 정부와 당국에 유리한 사실과 해석을 적극 제공한다.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어렵다. 초기 방역 실패로 한 달이 넘도록 ‘메르스 사태’를 겪고 있는데 브리핑은 여전히 이런 식이다.
정부는 불리한 사실은 가급적 ‘늦게’ 공개해 왔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였지만 ‘응급실 체류자’로 분류됐던 62번(6일 확진)과 138번 환자(12일 확진)의 신분은 브리핑 때마다 함구했다. 15일에야 공개했으나 그마저도 보도자료 환자 통계에 ‘의사 4명’이라고 뭉뚱그리는 방식이었다. 기존에 의사 환자는 2명(5번·35번)만 공개됐었다.
포항의 고교 교사인 131번 환자(12일 확진)도 마찬가지였다. 15일 브리핑 때 기자단 질의응답을 통해서야 공개됐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다수의 학생을 접촉하는 의사·교사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보건 당국은 이를 명쾌하게 알리지 않았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을 모두 공개한다고 했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역시 브리핑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의 서울삼성의원에서 118번 환자와 접촉한 여성(61·153번 환자)이 확진됐다. 보건 당국이 ‘의미 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던 ‘단순 경유병원’에서 환자가 나온 것이다. 당시 브리핑에서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단순 경유했고 환자 접촉이 없고 했을 때는 굳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공개하지 않은 병원에서 환자가 나온 데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또 에크모 치료 중인 30대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 평택 경찰관)와 임신부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늘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의심환자였던 7세 초등학생의 상태는 “건강하다”는 점을 번번이 강조했다. 불안정한 환자와 건강한 환자에 대한 브리핑에 큰 차이가 있어 정보공개 기준이 자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의 이런 ‘브리핑 기술’은 메르스로 숨진 이들의 사망 원인을 ‘기저질환’으로 돌리려는 노력에서 정점을 찍었다. 정부는 16일 보도자료와 브리핑에서 사망자를 ‘어떻게 분류하느냐’를 놓고 세 차례 말을 바꿨다.
보도자료에는 당시 사망자 19명 중 15명을 ‘기저질환자’로 분류했다. 이어 브리핑에서는 보도자료에서 제외됐던 2명을 ‘기저질환자’로 추가했다. 뚜렷한 기저질환은 없으나 나이가 많다는 게 이유였다. 최종적으로는 이들을 ‘고령에 의한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면서 끝이 났다. 82번째 사망 여성에 대한 브리핑에서는 백내장을 기저질환이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복지부의 ‘노력’은 18일 보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기준 메르스 퇴원자는 총 24명이었고 숨진 환자는 23명이었다. 복지부는 보도자료에 “처음으로 퇴원자가 사망자를 넘어섰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어나는 퇴원자 수를 사망자 수와 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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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2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