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美 전파 금지 마을 뒤숭숭해진 까닭은… “전파 스트레스 피하자” 외지인들 몰려 되레 소란

입력 2015-06-22 02:07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그린뱅크로 불리는 지역에서는 휴대전화나 TV, 라디오 방송은 물론 와이파이도 금지돼 있다. 국립전파천문대가 운영하는 전파망원경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외계에서 들려오는 극히 희미한 전파를 수집해 우주 형성 과정 등을 연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지상의 작은 전파도 작업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이곳에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전자기파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들이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각종 생활 전파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다. 심한 사람은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격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마을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 가디언에 따르면 평화롭던 인구 80명의 마을이 그 절반에 해당하는 40명 외부인이 이주해 오면서 뒤숭숭해졌다. 모든 것에 ‘너무 민감해하는’ 사람들이 이사를 오니까 기존 마을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다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주민 가운데 기존 주민들이 너무 소란스럽다며 마을 도서관에서 소란을 피운 경우도 있었다. 전파와 상관없이 마을의 빛이 너무 밝다는 불만도 제기되는 등 이주민들이 지나치게 조용한 삶만을 요구해 기존 마을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기존 주민들이 점점 더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견딜만했다. 기존 마을 주민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인들은 현재 자신들과 같은 증상을 가진 이들을 속속 불러 모으고 있다. 기존 마을 주민들은 머지않아 ‘민감한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