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신용거래 제한 속 쏟아지는 물량 부담… 中 증시, 조정 국면 진입

입력 2015-06-23 02:48
올해 들어 ‘과열’ 수준으로 고공 행진하던 중국 증시가 지난주 기록적인 폭락장을 연출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앞으로 거품 붕괴로 이어질지, 아니면 조정을 딛고 상승을 지속할지 관측이 분분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5일 5000선을 돌파한 뒤 12일 5166.35까지 치솟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19일 4478.36으로 주저앉았다. 1주일 사이 13.3%나 떨어진 것으로, 2008년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기록됐다. 시가총액 중 9조2400억 위안(약 1650조원)이 1주일 만에 사라졌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증권계좌를 보유한 투자자 1억7500만명이 평균 5만2800위안(940만원)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는 올 들어 각종 정책 호재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으나 상승장에 촉매 역할을 해온 신용거래를 당국이 제한키로 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12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신용거래 규모는 지난해 12월 1조 위안을 넘어선 뒤 불과 6개월 만에 2조 위안을 돌파했다. 이에 “신용거래 폭증이 시장을 과열시키고 위험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커졌다.

신용거래 규제뿐 아니라 매월 40∼50건의 신규 상장이 이뤄지는 데 따른 물량 부담도 증시 조정 압력으로 작용했다.

상승장 속에 많은 투자자들이 돈방석에 앉기도 했지만, 거액을 빌려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는 개미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서장망(中國西藏網)은 지난 10일 후난성 창사의 30대 남성이 아파트 22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연 이틀 하한가를 맞아 170만 위안(3억350만원)을 날린 뒤 “나의 탐욕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는 글을 남기고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증시의 과열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는 반면 중국계 증권사들과 일부 IB는 강세장 와중에 통상적인 조정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5월 경제지표에서 미세한 회복 신호가 나타난 점과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연구원은 “일시적 조정에 그치더라도 향후 주가 급등락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