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지지율 추락, 靑 메시지 관리 실패한 탓

입력 2015-06-22 00:50
지난 주말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29%만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3주 동안 11% 포인트 폭락한 것으로 대통령 취임 이후 연초의 연말정산 파동 때와 같은 최저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61%로, 긍정-부정률 격차가 32% 포인트이다.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세대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특히 콘크리트 지지군(群)인 대구·경북에서 부정적 평가(51%)가 긍정(41%)을 훨씬 앞질렀다. 가장 큰 이유는 ‘메르스 확산 대처 미흡’(33%)이었다.

물론 지지도라는 게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수치보다 추세를 봐야 한다. 메르스 대처에 대한 불만은 이달 들어 14%→27%→33%로 3주째 급증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처가 있었지만, 계속 지지도가 무너지고 불만이 높아가는 것은 이 정권의 메시지 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들이 공감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언동을 대통령이나 장관들에게서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와 겹쳐지면서 박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국민들은 깊은 회의를 갖게 된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더라도 직후에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장악하거나 대통령이 전권을 준 컨트롤타워로 하여금 엄중하게 상황 관리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언행도, 강력한 위기극복 메시지도 없었다. 대통령은 뒤늦게 병원 학교 시장 등을 방문했지만 ‘손 씻기’ ‘중동 독감’ ‘경기 회복’ 같은 공감 부재의 발언을 했다.

특히 청와대 홍보실은 대통령이 동대문시장에서 머리띠를 구입했고 상인들이 환호했다는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내놓아 많은 이들로 하여금 실소만 자아내게 했다. 이런 수준의 메시지 관리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메시지 관리는 공감 극대화가 목표다. 하지만 청와대가 총괄하는 메시지 관리나 홍보 효과는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로 가는 듯하다.

국민들은 박근혜정권의 메시지나 홍보에서가 아니라 곳곳의 영웅들로부터 오히려 위로를 받고 안도감을 느낀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심폐소생술에 뛰어들었다 감염된 간호사, 메르스를 기필코 잡겠다고 결기를 다지며 한 달째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진과 보건소 직원들, 아무 불만 없이 지침대로 14일간 집단 격리에 호응해준 순창군 장덕마을 주민들, 메르스 전쟁터에 자원해 들어간 군 간호장교들…. 어이없는 메시지보다는 이런 영웅들의 행동이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그나마 희망을 갖게 만든다.

청와대와 정부의 메시지 관리는 실패했다. 내부 실패로만 끝나면 책임 있는 몇 사람만 바꾸면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 리더십이 붕괴된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리더십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