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사용량 많은 가구 한시적 인하… 메르스 정국 ‘민심’ 달래기용?

입력 2015-06-22 02:41

정부가 다음 달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전력사용량이 많은 가구의 전기요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전기요금 인하를 검토하라는 지시에 대한 뒤늦은 화답이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요금 인하 ‘시늉’만 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누진제 적용 3개월간 완화=산업통상자원부는 7∼9월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단계 4구간에도 3구간 요금을 적용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현행 누진제는 100kwH 단위로 요금이 올라가는 체계로 6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월 300∼400kwH를 사용하는 4구간의 사용요금(원/kwH)을 현행 280.6원에서 3구간 요금인 187.9원으로 할인 적용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할인되는 3개월 동안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월평균 8368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여름과 겨울을 선택해 각각 한 번씩 최대 6개월까지 요금을 나눠 내는 분납제도도 도입된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301∼600kwH 구간의 647만 가구에 1300억원의 전기요금 경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역풍에 여론 무마용?=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절전과 저소득층 보호라는 목적으로 1974년 도입됐다. 그러나 2004년 개정 이후 10년이 넘도록 손보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크다. 우선 누진율(최고·최저구간 요금 차)은 11.7배로 일본(1.14배) 미국(1.1배)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 또 저소득층일수록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저가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해 오히려 누진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소득층 보호 취지도 퇴색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런 누진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대신 이번에 3개월 한시적 ‘당근책’만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지시한 지 6개월 지난 시점에 갑자기 인하방안을 내놓은 것도 미묘하다. 주택용보다 싼 산업용 요금을 올리고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하는 등의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한 정부 내 논의과정은 아예 건너뛰었다. 산업부가 그동안 “전기요금 개선방안은 공청회 개최 등 여론을 수렴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처 미흡으로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시기에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급조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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