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사’가 위험하다. 방역의 최일선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메르스에 맞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감염은 전장에서 싸워야 할 군인들이 연이어 스러지는 꼴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1일 발생한 확진 환자 3명 중 2명이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의사와 건국대병원 방사선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환자 169명 중 병원 종사자는 32명(18.9%)으로 늘었다. 5명 중 1명꼴이다. 의료진(의사·간호사)만 따져도 전체의 10.1%에 달한다. 일반인보다 감염 확률이 높은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많다. 이는 일선 병원의 감염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병원 종사자가 가장 많이 감염된 삼성서울병원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적나라하게 입증된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이 병원 의료진은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규정한 감염병 예방 권고의 최하 기준인 D등급 개인보호구(전신보호복, N95마스크, 고글, 덧신, 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채 확진 환자를 진료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국내 ‘빅5’라고 하는 병원이 이 정도인데 이보다 못한 감염 병원은 어떻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진 감염이 유독 많은 것은 메르스가 신종 감염병이어서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메르스가 진정세로 돌아섰다고는 하나 아직도 160여명의 환자가 격리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 중 10여명은 불안정한 상태다.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국의 수많은 의료인들이 오늘도 바이러스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고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메르스 극복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희망인 셈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버티는 이들을 지원할 전방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도 전폭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박수와 지지는 더할 나위 없는 힘이다.
[사설] 의료진 감염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 대체 뭔가
입력 2015-06-22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