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영을 이겨내고 생명의 문화가 살아 숨쉬게 하소서.”
가뭄 속 단비가 내린 20일 저녁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서울 마포대교 ‘한번만 더’ 동상 앞에서는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라이프호프)가 마련한 기도회인데, 31개 한강 다리 가운데 마포대교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
마포대교는 ‘투신자살 시도가 가장 많은 다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지난해 한강 다리에서 투신한 사람 396명 중 184명(46.5%)이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에 따르면 자살예방을 위해 마포대교에 설치된 4대의 ‘생명의 전화’를 통해 이뤄지는 절박한 상담만 하루 2∼3건에 달한다.
라이프호프 운영위원장인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지니고 있는 마포대교가 오히려 자살예방을 위한 상징적 장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생명사랑을 위한 기도회도 열고 캠페인도 펼치면 이곳이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장소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사에는 라이프호프 관계자와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성도들, 일반 시민 등이 참가했다. 동상 앞에서 찬양기도회를 가진 데 이어 ‘자살예방’ 피켓 등을 들고 1.4㎞ 길이의 마포대교를 걸어서 왕복했다. 또 조 교수 등 일행은 여의도지구대를 방문해 준비한 음료수를 전달했고, 지구대 측은 방문단에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자살예방 업무를 소개했다.
조 교수는 “처음으로 마포대교 기도회를 개최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을 초청해 생명문화를 널리 확산시키는 행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3월 창립한 라이프호프는 자살자 유가족들과 함께 드리는 ‘마음이음 예배’ ‘생명보듬 함께 걷기’ ‘자살예방 기초교육’ ‘자살예방 상담전화’ 등의 사역을 하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라이프호프 ‘생명사랑 기도회’… 자살 오명 마포대교를 생명 문화 명소 만들자
입력 2015-06-2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