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찾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공장 곳곳은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 돌아가는 거대한 설비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대산공장 넓이는 347만1074㎡(105만평)에 달한다.
거대한 기계장치들 사이 곳곳에서는 각종 시설 보수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수작업이 벌어지는 현장에는 대산공장 안전보건팀 소속 ‘안전관리자’가 확성기를 들고 서 있었다. ‘매의 눈’을 한 안전관리자는 작업 도중 조금만 위험 상황이 발생해도 곧바로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또 다른 안전보건팀원들은 차를 타고 공장 내부를 돌며 스피드건으로 이동 차량의 속도를 확인했다. 시속 30㎞ 이상 속도를 내다 두 번 이상 단속된 차량운전자는 일정기간 공장 출입이 정지된다. 안전보건팀 임평순 팀장 역시 틈만 나면 무전기를 들고 회사를 구석구석 순찰한다. 임 팀장은 “무전을 통해 각 현장에서 활동 중인 팀원들의 감독 상황이나 안전조치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창사 51년 만에 첫 400만 인시(人時) 무사고 기록을 달성했다. ‘무재해 인시’는 공장 가동 인력 전체의 무재해 근무시간을 합한 수치다.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은 고온·고압운전과 유해화학물질을 다량 취급해 화재·폭발과 화학물질 누출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지난 5년간 화재나 폭발 등으로 전국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157건에 달한다. 그러나 대산공장 직원 1150명은 2013년 10월 31일부터 595일 동안 작은 사고도 없이 공장을 운영했다.
우선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안전경영을 최우선에 뒀다. 지난해 안전과와 환경과로 나뉘어있던 기존 안전 관련 조직을 안전환경 부문으로 통합하고 인원도 대폭 늘렸다. 공장 위험시설 곳곳에 위치한 CCTV를 공장 최고책임자인 공장장실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또 모든 회의·작업 전 안전이슈를 공유하고 위험성을 인지하는 ‘안전 한마디’를 전 임직원 및 협력사가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안전 한마디는 듀폰이나 쉘 등 외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안전프로그램을 현대오일뱅크가 벤치마킹한 제도다.
이외에도 사고 위험성이 증가하는 정기보수기간에는 ‘고위험 작업 특별관리’ ‘협력업체 책임자 안전결의’ 등 안전관리를 강화한 현대오일뱅크만의 ‘TAF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임 팀장은 “지속적인 안전경영으로 무사고 인시 기록을 꾸준히 늘려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산=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르포] “떨어지는 먼지도 조심하라”…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첫 400만 人時 무사고 기록
입력 2015-06-22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