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이해 불가… 생뚱·황당 교통표지판

입력 2015-06-22 02:17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 우마차 통행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위 사진).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 설치된 우회로 표지판(가운데)과 서대문에서 충정로로 가는 도로의 P턴 표지판도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우마차 통행금지? 서울 시내에 우마차가 다닐 일이 있나요?”

한모(56·여)씨는 21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이상한 표지판을 발견했다. 광화문삼거리, 종각, 종로구청 입구, 청계2가 등 종로구에 10개, 중구에 10개 설치돼 있는 ‘우마차 통행금지’ 표지판(사진①)이다. 한씨는 “우마차가 다니지도 않는데 불필요한 표지판이 시각적 피로만 준다”고 했다.

2007년 9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우마차 통행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그 덕에 4, 5인승 관광용 마차가 2012년까지 청계천 일대를 누볐다. 한창 때는 업체 3곳이 마차 9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마차가 인기를 끌면서 잡음도 생겼다. 주변 상인 민원이 늘었고 동물학대라는 비판도 나왔다. 교통법규로 규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서울시는 교통 방해와 시민 안전을 이유로 마차 통제를 요청했고, 경찰은 2012년 5월 교통안전심의위원회를 열어 통행금지를 결정하고 ‘우마차 통행금지’ 표지판을 설치한 것이다.

경찰은 “우마차는 도로교통법상 도로 통행이 허용돼 있다”며 “지금 다니지 않는다고 규제 기능을 하는 표지판을 없애면 누군가 우마차를 끌고 나왔을 때 막을 방법이 없어 통행금지 표지판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모양으로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표지판도 있다.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 설치된 옛 주공아파트 표지와 비슷한 우회로 표지판(사진②)이 대표적이다. 택시기사 안의현(61)씨는 “이 주변을 자주 지나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 늘 의아했다”며 “처음 보는 사람은 표지판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름의 사정은 있다. 경찰은 “이 도로는 P턴·U턴을 할 수 없고, 좌회전하면 일방통행로가 나오는데 법원으로 들어가려면 한참 돌아야 한다”며 “45도 방면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강조하다보니 삼각형 모양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불법 U턴이 판치자 서부지법은 차라리 U턴을 허용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고 교차로가 짧아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올봄에 이 특이한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했다.

서대문에서 충정로로 가는 도로에도 광화문 방면 P턴 방법을 알려주는 기이한 표지판(사진③)이 있다. 경찰은 “도로 구조 때문에 구불구불한 곡선이 나왔다”며 “도로 형태가 특이한 곳에 일반적인 P턴 표지판을 달았다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어서 저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2년 8월 도로교통법 개정 당시 ‘손수레 통행금지’ ‘고인물 튐’ ‘횡단금지’ 등 불필요하거나 효용이 떨어진 교통안전표지판 1950개를 철거했다. 2013년 5월에도 혼란을 줄 수 있는 교통안전표지판 7만여개를 정비해 철거하겠다고 밝혔지만 그해 9월까지 1363개를 정비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정비 작업이 중단됐다. 장일준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도로교통법은 일본에서 들여오고 도로시스템은 미국에서 받아들여 불일치가 심하다”며 “운전자와 시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대대적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수민 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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