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방산비리’ 묵인 공군 중령 구속 기소… 전자전 장비 허위 증명서 발급

입력 2015-06-22 02:19
방위사업청 장비구입사업 담당 장교가 이규태(65·구속기소) 일광공영 회장의 납품비리를 뻔히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 회장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사기 당시 방사청에서 EWTS 사업관리 담당자였던 현역 공군 중령 신모(50)씨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신씨는 2010년 2월∼2011년 7월 EWTS 납품업체인 터키 하벨산과 국내 하도급업체 SK C&C가 ‘소프트웨어 국산화’라는 계약 내용을 위반한 사실을 알면서도 각종 증명서를 거짓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이들 업체와 ‘사업관리 검토회의(PMR)’를 하는 과정에서 SK C&C가 애초 맡기로 한 C2(주전산장비)·SAS(신호분석장비)·TOSS(채점장비) 등의 연구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신씨는 해당 연구개발이 제대로 진행 중인 것을 자신이 확인한 것처럼 ‘PMR 실시완료증명서’ 등 공문서 5건을 허위로 만들어 발급했다.

하벨산이 이런 증빙서류를 근거로 방사청에서 받은 선금은 전체 공급대금 9617만 달러 가운데 6556만 달러(718억원)에 달한다. 합수단은 연구개발 단계별 점검을 맡은 신씨가 비리를 묵인해 국가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판단했다. 합수단 수사로 외국 납품업체(하벨산)와 국내 중개사(일광공영), 연구개발 하도급업체(SK C&C) 및 이를 관리·감독할 방사청 관계자까지 모두 한통속이 돼 1100억원대 세금을 빼먹은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합수단은 EWTS 사업 당시 SK C&C 대표이사였던 정모(61)씨도 최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