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용수 부족에 식수 공급마저도 우려된다. 경기도와 강원도, 그리고 북한지역 황해도와 강원도 일대가 가장 피해를 당하고 있다. 남과 북에 걸쳐 100년의 왕가뭄이라고 우려하는 자연 재앙도 결국은 분단으로 기인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으며, 해결책 역시 이러한 인위적 생태환경 단절의 해소로부터 찾아야겠다.
6·25전쟁 이후 소위 남북 공유하천으로 불리는 물 흐름이 있었는데 1980년대 들어 북한강 상류 지역에 북한은 크고 작은 댐을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그 여파로 남한으로 흘러드는 북한강 상류 강물이 줄어들어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등이 줄줄이 영향을 받았다. 금년처럼 가뭄이 발생하면 이 지역 농민들은 메마른 강바닥만 바라볼 뿐 안타까운 발만 구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되었다.
남북 관통하천이 인위적인 단절로 인한 부작용은 농업용수의 부족만이 아니다. 수량의 감소로 인한 수질악화, 발전량 감소, 친수 여가활동 제한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말할 수 없이 크다. 자연의 보복과도 같은 왕가뭄에 직면하여 그동안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그리고 남과 북이 각자 생존을 위해 자연적인 물 흐름을 훼손했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또한 복원에 적극 나섬으로써 자연과의 친화,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남북의 분단을 극복하는 작은 통일, 통일의 통로를 열어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남북한 물꼬를 다시 트는 일은 도로·철도 연결 못지않게 시급하고 중요하며, 현실적인 일이다. 이로써 DMZ 생태환경공원을 조성하고 그린 데탕트를 실현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최근 수자원공사에서 주최한 학술회의에서는 ‘워터 데탕트’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남북 물길 잇기 사업인 워터 데탕트는 북측이 댐을 설치하기 이전 자연하천의 흐름을 복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역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해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하되, 남북 모두가 환경·생태·경제적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남쪽의 유량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남북 대화가 복원되면 최우선 과제로서 공유하천 복원 문제뿐 아니라 황강댐과 임남댐의 유역변경으로 바뀐 남측 하천의 상시 물 흐름을 예전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한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측이 관심을 가질만한 물 관련 협력 사업을 선제시해야 한다. 상하수도 및 먹는 물 개선, 하천 및 산림관리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앞선 경험과 기술로 북한의 민생 인프라를 개선하되 우리 또한 북으로부터 유량과 물 사용을 보장받는 인도적 물 교환(Water Trade)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 시혜나 수혜가 아닌 까닭에 자존심과 명분뿐 아니라, 이수 및 치수 문제나 하천환경과 생태 복원 등 실리까지 두루 살리고 챙길 수 있다.
우리 측 평화의댐과 임남댐 사이에 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해 남북이 서로 화합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DMZ 훼손 없이 공원을 조성할 수 있고, 비무장지대 하천생태 체험이 가능한 뱃길, 습지 등의 수상 관광요소의 배치도 가능하다. 군사분계선 위에 수상공연장을 만들어 남북합동공연을 할 수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생태평화공원,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등을 묶어 세계적인 관광벨트로 부각시키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거부하기 쉽지 않은 제안이 될 것이다. 남북 간의 수자원 정보를 공유하고 남북 공유하천을 중심으로 유역통합 운영관리를 이루게 되면 분단역사 속에서도 하천은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곡되고 파괴되어 왔던 남북 공유하천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고착되기 전에 원래의 물길로, 자연스러운 생태로 되살려야 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포커스-유호열] 가뭄 계기로 통일의 물꼬 트자
입력 2015-06-22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