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상허 이태준(1904∼?·사진) 전집이 21일 소명출판에서 새로 나왔다. 이태준은 1930년대 모더니즘운동의 중심지였던 구인회(九人會) 결성을 주도했다. ‘시의 정지용, 소설의 이태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근대문학의 완성을 이끈 인물이다.
총 7권으로 기획된 ‘이태준 전집’은 단편과 중편소설, 수필, 기행문, 문장론을 대상으로 삼았다. 1·2권에는 등단작 ‘오몽녀’(1925)를 비롯해 첫 단편집 ‘달밤’ 두 번째 단편집 ‘가마귀’ 등이, 3권에는 ‘사상의 월야’ ‘첫 전투’ 등 해방 전후와 월북해서 쓴 중편이 실렸다. 5·6권은 수필과 소련기행, 중국기행 등을 엮었고 마지막 7권에는 ‘문장 강화’와 여타 문장론이 포함됐다. 이태준은 퇴고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잡지에 발표한 원본보다는 단행본 수록본이 중심이 됐다. ‘오몽녀’처럼 단행본 출간과정에서 인물 성격이 확연히 바뀌는 경우는 개작 전후 작품을 모두 실었다.
최근 발굴한 작품 4편도 수록됐다. 단편 ‘구장의 처’와 함께 일제 강점기 쓴 일어소설로 친일 논란을 불러일으킨 ‘1호 선박의 삽화’, 북한에서 쓴 ‘중국기행’ 등이 빛을 봤다.
출간 당시 언어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적 서술로 바꾸었다. 하지만 우편절수(우표), 고스카이(사환) 등 낯선 용어라도 인용문 안의 표현은 그대로 살리며 뜻풀이로 보완했다. 이태준은 해방 이후 좌익문학을 하다가 월북했고 북한에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부위원장까지 지냈지만 54년 숙청됐다. 전집을 엮은 상허학회 강진호 회장(성신여대 교수)은 “이태준은 삶 자체도 드라마틱했지만 문학세계가 우리 근대문학사의 궤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집 출간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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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수문학 대표주자’ 이태준 전집 출간
입력 2015-06-22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