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타는 농지, 물 가득한 4대강

입력 2015-06-22 00:20

주말에 단비가 내려 수도권은 그나마 목을 적셨지만 아직도 멀었다. 이미 바짝 타들어간 강원 지역에는 한 방울도 안 내렸으니 한숨만 길어진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 말라비틀어진 채소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말라버린 지하수에 속이 터진다.

이 와중에 4대강 보에 가득 담긴 찰랑찰랑 물을 보면 속이 타들어가다 못해 열불이 난다. 녹조가 잔뜩 끼어 있어 불안하지만 그래도 물인데, 저 물을 무엇에 쓰려 담아놓았을까? 소용이 하나도 안 닿는다. 강원도에서 낙동강 물을 쓸 수가 없다. 그나마 가까운 한강도 쓰기엔 너무 멀다.

목이 타기는 4대강 옆 농지들도 마찬가지다. 4대강 본류에는 물이 가득해도 지천에는 물이 졸졸 흐를 뿐이고, 농지는 주로 지천 변에 있으니 물 가득 찬 강을 앞에 두고도 논밭은 타들어간다. 강바닥을 파서 낮춰 놓았으니 지천의 물이 줄어들고 지하수위는 더 낮아져서 그렇다. 할 수 없이 양수 펌프를 들이대고 양수차를 쓸 수밖에 없다.

애당초 4대강 사업을 하겠다고 할 때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사업 목표가 잘못되었다고 모두 지적되었던 문제들이다. “물이 부족한 강원이나 도서 지역은 4대강 유역이 아니니 별도의 맞춤형 물 정책이 필요하다. 4대강 유역은 전혀 물 부족 지역이 아니다. 본류의 강바닥을 낮추면 지천의 물이 줄어들고 지하수위가 낮아지거나 높아져서 지역에 따라 농지가 마르거나 질척대게 된다.” 모두 다 ‘쇠귀에 경 읽기’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현상이다.

자연은 참으로 정직하다. 그중 물의 이치는 단순하지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낮은 곳으로 흐르며, 땅과 식물에 물기를 머금고 있게 해야 하며, 지하수를 잘 관리해야 하고, 멀리 운반할 수 없다’는 물의 근본 이치는 부정될 수 없는 원리다.

속 터지는 메르스 초동대처나 속 타게 만드는 4대강 사업의 원인은 무지와 오만이다. 무지하고 오만한 인간이 그 짧은 식견으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려 하고 겸손하게 대응하지 않을 때 재앙은 거듭될 수밖에 없다. 참으로 걱정이다.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