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소설가이자 시인 이응준씨가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은 충격적이었다. 신경숙의 소설 ‘전설’(1996)에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1963)과 유사한 문장들이 나온다고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한 보도매체는 표절이 의심되는 대목이 5곳 더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표절 유무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 정도의 ‘흡사’라면 신경숙은 다른 작가의 글을 의도적으로 참고하는 일을 반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적 자아를 상실한 작가의 무책임한 민낯이 드러나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숙은 출판사 창작과비평을 통해 문제가 된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무의식적 표절이 된 셈이다. 스스로도 훗날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각계각층에서 만연한 표절 논쟁을 조우해 왔다. 사실 신경숙의 표절 의혹은 10여년 전부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응준 작가가 이 중요한 평론을 문예지가 아닌 인터넷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말대로, 아마도 신경숙을 표절 작가로 비판하는 글을 실어줄 출판사가 선뜻 나서지 않았을지 모른다. 신경숙의 표절을 발표한 이응준 작가는 자신의 기고는 신경숙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우리나라 학계나 문단, 대중문화계는 표절에 엄격한 잣대를 겨누지 않았다. 이러한 관행을 대충 눈감아주는 침묵의 카르텔이 이어졌다. 표절 의혹이 일면 본 적도 없는 작품이다, 참고만 했을 뿐이지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발뺌해 왔다. 작품을 발표하기 전 자기 검열을 게을리하지 말라. 무의식적 표절도 표절이기 때문이다. 창작자에게 ‘양심과 자기 검열, 그리고 책임’은 목숨과도 같은 일이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강동대 교수)
[문화공방] (8) 신경숙 표절의혹, 궁색한 문학계
입력 2015-06-2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