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 응급의학회 이사장 “후진국형 응급의료체계 개선 안하면 제2의 메르스 사태 또 발생할 수도”

입력 2015-06-23 02:23
대한응급의학회 이강현(53) 이사장은 “응급 의료인력 증원과 더불어 원내 의료관련 감염 위험이 높은 후진국형 응급실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대형병원의 응급실 쏠림 현상,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후진국형 응급실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이강현(53)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의 경고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의 근원지가 되면서 감염 위험에 취약한 국내 응급의료체계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 제2의 메르스 사태 발생을 막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이 이사장에게 물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9일 강원도 첫 감염자가 나온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병원 내 감염, 특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메르스 전파의 주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응급실 밖 5차 감염까지 우려된다. 주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삼성서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병원 응급실 전체의 문제라고 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첫째, 대학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다. 환자가 대학병원에 입원하기 위한 편법으로 응급실을 경유하는 경우도 있다. 응급실 이용자가 필요 이상 많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감염위험도 높아진다.

둘째, 응급실 내원 환자의 체류시간이 너무 길다. 병동 내 병상이 이미 초만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병원 전체의 응급실 평균 체류시간은 5.9시간이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의 응급실 체류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셋째, 응급실 내 감염질환 차단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 감염자용 개인병실 및 음압시설이 부족하고, 응급실 의료 인력도 태부족이다. 2013년 전국 431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시설·인력·장비 충족률이 8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메르스 확산 사태에서 보듯 응급실내 보호자와 방문객이 너무 많다. 말 그대로 응급환자만 이용해야 할 응급실이 병실입원을 위한 경유지로 전락한 것이 큰 문제다.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메르스 같이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응급실 과밀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개편, 대형병원 응급실 환자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 한 예로 일반적 암 치료는 지역 거점병원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수도권의 대형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고집하는 환자가 많다. 공급은 한정됐는데 수요가 많으니 입원하기가 어렵고, 입원이 어려우니 응급실 입원이란 편법이 나오는 것이다.

-응급실 안팎의 각종 시설 이용에 따른 교차 오염의 위험은?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응급실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방 1개를 여러 사람이 같이 쓴다. 비단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질병 전파 위험이 높은 이유다.

응급실 공용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응급실에도 개별 병실제가 도입돼 격리치료가 가능해야 한다. 일부 병실은 음압실로 만들어 운용해야 한다. 물론 전염성 질환자의 경우 음압병실에서 따로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미주 및 유럽 지역 병원의 응급실과 우리나라 응급실의 차이점 세 가지를 꼽으면?

“시설 및 의료인력 부족, 그리고 환자 안전 및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다. 우리나라 응급실은 환자 1인당 전용 면적, 즉 개인진료 공간이 너무 비좁다. 그 결과 비말 전파 위험이 있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질환 차단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하다, 외국에선 응급실도 기본적으로 1인실 구조로 설계돼 있다.

턱없이 부족한 진료 및 간호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해 10분의1 수준의 인력만으로 응급실을 가동하고 있다. 병실 입원 수단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와 뒤섞여 초만원인 응급실에서 절반도 안 되는 인력으로 버터야 하니 ‘병 고치러 갔다가 되레 병을 얻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중환자 응급의료수가 신설 등 체질 개선을 통한 응급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