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문 성구사 ‘글로하임퍼니처’의 김윤숙(52) 대표는 매일 아침 톨게이트 6개를 지나 새벽 예배에 참석한다. 그는 인천에 살면서 경기도 고양 불꽃교회(송태권 목사)를 섬기고 있다. 지난 1년간 새벽마다 인천 부천 일산 서울에 사는 성도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다녔다.
십일조 생활에도 그만의 원칙이 있다. 10의 1조가 아닌 10의 9조를 드린다. 사업이 번창해 10의 9조를 드리는 게 아니다.
“이전에는 돈 많이 벌면 하나님을 위해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당장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하려고 합니다. 잘 나갈 때 누릴 수 없었던 평안을 지금 누리고 있습니다.”
무엇이 김 대표를 이렇게 신실하게 만들었을까. 그는 신앙면에서 중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닌 게 전부였고 결혼 후 10년간은 교회도 못 다녔다.
“시어머니가 결혼하면 교회는 못 간다고 하셨어요. 알겠다고 하고 결혼했지요. 독실한 불교 집안인데 1년에 한두 번은 굿을 했고, 굿을 하면 맏며느리인 제가 뒤치다꺼리까지 다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이었다. 예전에 가끔 들었던 ‘나의 사랑하는 책’이란 찬양이 귓가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님이 자신을 부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회에 다시 발을 내딛는 게 쉽지 않았다. 가끔 집에서 기도를 했는데, 그때마다 어두운 그림자가 노려보는 것 같았다.
“하나님께 이 집이 무서우니 집을 옮기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면 교회에 가겠다고 말이지요. 정말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 몰래 교회를 다녔지요. 남편과 세차하러 간다, 마트를 간다는 등 거짓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때 첫 번째 위기가 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였다. 받은 어음이 부도 나면서 남편 사업이 망했다. 남편은 공장용 엘리베이터와 컨베이어 벨트 제조 사업을 했다.
그러나 이 위기는 가정주부로만 살던 김 대표를 사업가로 만든 계기가 됐다. “당시 섬기던 교회 목사님이 나무 강대상이 목회자와 성도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며 답답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남편 공장에서 ‘유리 강대상’을 만들어 드렸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김 대표는 ‘유리 강대상’ 홍보 전단을 만들어 몇몇 교회에 우편으로 보냈다. 유리 강대상이 팔릴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남편 사업도 망한 상태라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에 반응이 나타났다. 맨처음 강화도 내가감리교회가 주문을 했다. 내가감리교회의 강단 뒤가 유리 벽인데, 이에 맞는 유리 강대상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유리 강대상은 금방 소문이 났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남서울중앙교회(여찬근 목사) 금란교회(김정민 목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인천 숭의교회(이선목 목사) 부산 포도원교회(김문훈 목사) 등 유명한 교회들이 모두 김 대표가 만든 유리 강대상을 사용했다.
의자는 2005년부터 취급했다. 강대상은 현대식 콘셉트인데 의자는 구식인 경우가 많았고 이를 설명하면 상당수 교회가 의자까지 바꿨다. 다른 교회 목회자들도 물어 물어 주문했다. 경기도 구리 두레교회(이문장 목사)와 용인 화광교회(윤호균 목사) 등이 의자를 교체했다.
제품 주문은 끊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중국 단둥 1만9834㎡(6000평)와 경기도 이천 3305㎡(1000평)에 공장을 짓고 의자를 생산했다. 재산도 크게 늘었다. 인천 이천 구리 등에 집을 한 채씩 사뒀다. 강원도 평창군에 펜션도 마련했다. 남편은 공동대표로 일했다. 당시 성구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가 됐다.
그러나 2008년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여러 교회와 계약했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원자재 값이 배로 올랐어요. 일단 교회 입당예배 일정에 맞춰 의자는 공급했는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공장만 빼고 다 잃었지요.”
주변에선 “망했다”고들 했다. 김 대표는 두 달간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신앙서적을 쌓아놓고 읽고 또 읽었다. 또 교회 건축 현장에서 식당 봉사를 하고, 청소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공사장 바닥에서 하나님께 울며 기도했다.
“이전에도 저는 주님 안에 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목사님과 장로님을 만나고 교회를 방문했으니까요. 그런데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교회 안에 있다고 해서 다 주님 안에 거하는 게 아니란 것을 말입니다.”
김 대표가 망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에 주문이 들어왔다. 그나마 중국 공장이 남아 있어 이를 재가동해 재기에 나섰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리모델링을 하며 본당의 의자교체를 의뢰했다. 김 대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매주 20∼30개의 의자를 교체하며 받은 자금으로 숨통을 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하임퍼니처는 수천 교회에 강대상을, 500여 교회에 의자를 납품했다. 한때 연간 50억원 매출을 올리던 회사는 현재 연간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일이 잘되면 하나님이 돕는다, 사업이 안 되면 하나님이 안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며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망하고 났더니 소유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현재 섬기는 교회를 통해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또 해외 선교사를 위한 선교센터와 북한에 학교를 짓고 싶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러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5곳에 학교를 세우고 매달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안식년에 한국을 찾은 선교사들이 선교비를 아끼려고 예배당에서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교사들이 쉴 수 있는 선교센터 건립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약력 △1963년 출생 △2013년 신길교회 감사패 △현재 글로하임퍼니처 공동대표 △불꽃교회 권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2부)] ④ 교회 전문 성구사 글로하임퍼니처 김윤숙 대표
입력 2015-06-22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