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9명을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딜런 루프(21)는 ‘외톨이’에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은 19일(현지시간) 루프가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총기 난사는 ‘인종 전쟁’을 위한 것이었다”고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망자 9명은 모두 흑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프의 한 친척이 “한때 조용하고 명민했던 그가 지난 몇 년 전부터 외톨이로 변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루프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2차례 옮겼으며 결국은 고교를 마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가족과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친척은 “루프가 인종차별주의자 조직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루프의 부친은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이 있는 근면한 사람으로, 집안 분위기가 루프의 범행에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고 WSJ는 전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인종·성별·국적·종교 등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갖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 테러를 가하는 행위)로 단정했다. 사건 목격자인 실비아 존슨은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루프가 범행 직전 “나는 이 일을 해야 한다. 당신들은 우리 여성들을 강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당신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이디 베이리치 미국 남부빈곤 법 센터 정보조사국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꺼내는 전형적 주제라고 소개했다. 베이리치 국장은 “흑인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백인들이 이런 말을 한다”고 설명했다.
남부빈곤 법 센터와 미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증오범죄는 매년 20만∼30만건씩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증오범죄 조직은 2011년 1000개를 고비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증오범죄는 경제상황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 경제학자 매트 라이언과 피터 리슨의 연구에 따르면 실업률이 높거나 빈곤이 심할수록 종교, 성소수자, 특정인종집단에 대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대해 애도 성명을 발표하며 총기 규제의 시급함을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어조에는 총기규제 법안이 총기협회 등의 로비에 막혀 번번이 실패한 데 대한 무력감과 좌절감이 깊이 배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를 쉽게 휴대하는 사람들에 의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마이크 앞에서 애도하는 일이 너무 잦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번 사건까지 14차례에 걸쳐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총기 사고에 대해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우리는 이러한 대규모 폭력 사건이 다른 선진국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총기난사 용의자 “인종 전쟁 위한 것” 자백
입력 2015-06-20 03:35